‘북한 인권운동의 대모’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대표 “모든 한국교회 기도운동 동참을…”

입력 2011-05-04 17:51


수전 솔티(52·인권운동가) 디펜스포럼 대표.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녀는 일명 ‘북한인권운동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미국인이면서 한국인보다 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운동을 펼쳐 왔기 때문이다.

솔티씨는 현재 북한 땅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형태라고 믿고 있다. 북한인권단체들이 주관하는 ‘북한자유주간’(4월 24∼30일)을 맞아 방한 중인 그녀를 지난 주말 2∼3차례에 걸쳐 서울 신정동 새터교회와 도렴동 종교교회 등에서 만났다.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인권, 존엄하게 살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그녀는 강제 북송된 탈북자와 인권운동가의 이름이 거론될 때면 눈물을 훔치곤 했다.

-인권운동은 언제 시작했나.

“윌리엄앤드메리대학 재학 중 ‘자유를 위한 미국의 젊은이들’이라는 보수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인권 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졸업 후 의원 비서관으로 일하다 1996년 북한의 딱한 실정을 담은 동영상과 사진, 탈북자의 증언을 듣게 됐는데…. 심장이 ‘쿵쿵’ 뛰더라. 앞으로 감당해야 할 소명을 깨달았다. 이후 탈북자들이 밝힌 북한정권의 실상을 세상에 알려나가다 1999년 미국 상원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청문회를 여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미 의회 증언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2004년 북한인권법을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도 온 힘을 기울였다.”

-북한인권운동을 한 지 15년이 흘렀다. 달라진 것이 있나.

“아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물결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북한정권을 바라보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답답한 듯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북한인권법을 갖게 된 미국의 역할도 아직 미미하고…. 특히 당사국인 한국마저도 북한인권 개선을 정치문제로 여길 정도다. 한국교회는 또 어떤가. 말로만 북한을 사랑한다고 외치지는 않나.

왜 이토록 침묵만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이번 방한 기간에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만나 북한인권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력히 요청했다. 또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현인택 통일부장관을 만나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가 오바마 미 행정부와 함께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교회학교 교사를 열심히 하는 크리스천이라고 들었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더 폴스 교회를 다닌다. 매일 아침 큐티(경건의 시간)를 하고 기도로 일을 시작하고 있다. 15세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이웃에 사는 목사님 사모의 인도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모님은 세상을 원망하던 저를 위해 기도해 주고 성경도 읽어주며 올곧은 길로 인도해 주셨다. 그때 ‘예수님이 참 구주’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지금까지 인권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이런 기독교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말씀 중에 북한 정권과 중국에 대한 비판이 많다.

“잘 봤다. 초호화 생활을 하는 독재자 김정일 정권 때문에 북한 주민 2300만명이 고통받고 있다. 또 300만명이 기근으로 죽었으며 정치범수용소에 무고한 아이들이 수용되고 국제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공개 처형되는 나라가 북한이다. 세상 어떤 나라가 자국의 여성들이 중국의 인신매매 시장에서 팔려나가는 것을 외면하나.

중국 정부도 못지않다. 유엔난민협정에 가입하고 있음에도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송하고 북한 정권을 암암리에 돕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탈북 난민들에게 식량과 안식처를 제공하는 중국 국적의 인권운동가들까지도 벌금형과 감금형에 처하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중국은 탈북자 북송 정책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지원이 중단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인도적인 대북 지원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은 한국 헌법상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물론 분배절차의 투명성은 확보해야 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상상해 봐라. 통일이 됐을 때 우리는 북한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다. ‘왜 당신들은 우리를 돕지 않고 등을 돌렸는가’ 하고 말이다. 부디 그런 질문에 당당해질 수 있도록 북한인권운동에 적극 나서자!”

-탈북 고아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던데.

“그렇다. 바로 최근 미국 상원과 하원에 발의된 ‘2011 북한 난민입양법(H.R.1464)’으로 명명된 ‘탈북고아 미국입양 촉진법’이다. 이 법안은 소위 ‘꽃제비’로 불리는 탈북 고아들의 미국인 가정 입양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법적, 제도적 종합대책 마련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버려진 음식을 주워 먹거나 구걸하는 탈북 고아들을 보면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힘들 정도다.”

-북한 인권을 말하면서 ‘영적 투쟁’이란 용어를 썼다. 무슨 의미인가.

“북한 정권은 마치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 기독교 사상인 삼위일체와 성경, 사랑 등을 모방해 김일성 김정일 강령으로 왜곡하고 있다. 기독교의 변이된 체제인 셈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와 인권, 존엄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 어떤 ‘위대하신 수령님’도 하나님이 각각의 인간에게 주신 권리를 박탈할 권한은 없는 것이다. 모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로워질 그날까지 우리 모두 ‘영적 투쟁’을 벌이자, 함께 정진하자(이때 서툰 한국말로 ‘자유 북한’을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그녀는 국무부 관련 민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남편(62)과의 사이에 아들 셋을 두었다. 각기 군인과 대학생, 초등학생이다. 탈북자들을 도운 공로로 2008년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녀는 “최근 들어 신변의 위협을 더 많이 받고 있지만 예수 안에서 두렵지 않다”며 “하나님 말씀에 의지해 더욱 열심히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에 대한 부탁도 잊지 않았다. 10박 11일 방한일정을 마치고 3일 이한한 그녀는 “하나님은 핍박받는 북한 사람들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듣고자 하신다”며 “탈북자교회를 비롯한 모든 한국교회가 북한기도운동에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펜스포럼은 전 세계 60개 이상의 NGO 및 개인 회원들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운영되는 비정부기구(NGO)다. 지난 7년간 미국 워싱턴과 서울에서 전 세계 인권운동가가 참여하는 ‘북한 자유 주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내년 4월에도 이 행사를 서울에서 연다. 한국교회를 포함해 이 땅의 미래 세대들에게 북한 인권 개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글 유영대 기자·사진 홍해인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