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여고 유화웅 교장에게 듣는 ‘Mission School’

입력 2011-05-04 18:03


“크리스천만 입학하면 교회학교

안 믿는 학생 구원 위해 순교자적 자세로 제자 양육해야”


“크리스천만 입학한다면 그건 미션스쿨이 아니라, 교회학교입니다. 기독교적 커리큘럼을 통해 믿지 않는 학생에게 하나님을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구산동 예일여고 교장실에서 만난 유화웅(68) 교장은 미션스쿨의 지향점을 이같이 제시했다. 학교 분위기가 막연히 좋아 미션스쿨에 들어온 학생을 졸업 때 장성한 믿음의 분량에 이를 수 있도록 양육하자는 것이 유 교장의 소신이다. 유 교장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우리 학교 학생의 기독교 비율이 20%로 나타났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도를 하는 순교자적 자세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장의 교육자적 소명 의식은 경기도 안산의 동산고 교장 시절에서 비롯됐다. 유 교장은 당시 신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변두리 학교를 명문고 반열에 올리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교사생활 30여년 동안 서울을 떠나본 적 없는 유 교장이 동산고로 가게 된 데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94년 6월 어느 날 그는 안산 동산교회 김인중 목사의 전화를 받았다.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였다. 김 목사는 당시 평교사였던 유 교장을 찾아와 “한국기독교학교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며 함께 일할 것을 제의했다. 유 교장은 서울 한 사립학교 교장으로 내정돼 있었다. 일주일 기도한 끝에 유 교장은 김 목사의 손을 잡았다.

1995년 개교 후 유 교장은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미인대칭(미소 인사 대화 칭찬) 운동, 하이파이브(하루 5분 이상 기도하기, 일년 50권 이상 책읽기, 하루 5마디 이상 영어로 말하기 등) 운동 등 남다른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컴퓨터실을 설치해 학생들이 수준별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95년 개교 당시 참신한 시도였다.

인재 양성을 위한 기도도 열성적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백 명의 학생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로 기도했다. 교사와 학부모 기도회도 주기적으로 가졌다.

동산고 이사장인 김 목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유 교장의 열성은 단시간에 놀라운 결과물을 냈다. 지역에서조차 별 볼일 없던 학교는 누구나 가고 싶은 명문고로 거듭났다. 입학생 선발고사 합격 커트라인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서울대학교 진학률도 점점 높아졌다. 유 교장이 퇴임하기 직전인 2007년에는 전국 2위(일반고 기준)에 올라섰다. 2011년 대학입시 때는 전국 1위가 됐다. 유 교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 남강교육대상과 2007년 아산교육상을 수상했다.

유 교장은 지난 3월 예일여고로 옮긴 이후에도 동산고 시절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 예일여고에서 하루에 한 학급씩 돌며 10분 경건회를 갖고 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종이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면서 경건회는 시작된다. 이 종이에는 성경 구절이 들어 있다.

명사 초청 특강도 매달 1회 열고 있다. 인성과 지성, 신앙을 두루 갖춘 각 분야 전문가가 학생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교장은 또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 동산고 시절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할 때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저는 우리 집의 희망입니다’라고 선언하기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창피해하던 학생도 나중에는 ‘나라의 희망’ ‘패션계의 희망’ 등 원대하고 구체적인 꿈을 말했다. 유 교장은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면 학생들의 눈빛부터 완전히 달라진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장의 교육철학은 종말론적 신앙론과 일맥상통한다. 예수 재림에 대비해 현재 삶에 최선을 다하자고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 교사에게도 “유언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해 달라”고 주문한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 것처럼 매 시간 모든 열정을 쏟아 달라는 것이다.

만 62세 교사 정년을 훌쩍 넘기고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유 교장은 “교장에는 정년이 있을지 몰라도 교육에는 정년이 없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의 나라와 국가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