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프롤로그] 17세 어린이날

입력 2011-05-04 17:53


‘고교생 아들 친구 둘을 보듬는 준영이 엄마’(본보 ‘이웃’ 3월 31일자 33면) 식구들이 오늘 동대문시장에서 쇼핑을 합니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준영이 엄마가 세 녀석들에게 ‘쏘기로’ 했습니다.

‘이웃’을 읽은 독자들이 준영이네 가족을 위해 1170만원과 쌀 20㎏ 한 포대를 그들의 멘토인 이미선 약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씨는 준영이네 식구가 1년을 버틸 수 있도록 운영하시겠다고 했습니다. 이번 쇼핑은 준영 재호 경호가 입을 ‘신상’(신제품)을 사기 위해서입니다. 총 40만원을 쓴다고 하네요. 쇼핑 소식을 듣고 세 녀석 입이 귀에 걸렸답니다. 편부모, 방임,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며 자랐던 그들. 어린이날 선물 축복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요즘 준영이네 단칸방에 시큼한 사내 녀석 냄새가 ‘제대로’ 추가 됐습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며 드문드문 자고 가던 경호가 최근 폐관련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준영 엄마가 주저앉힌 겁니다. 지난겨울 그 추운 때 오들오들 떨며 한뎃잠 잤으니 건강을 해칠 수밖에 없지요. “요즘 경호가 밥을 매 끼마다 세 그릇씩 먹어요. ‘와, 이런 돼지 녀석’ 하고 준영이와 재호가 놀린다니까요”라고 멘토께서 전해왔습니다. 충분히 이해됩니다. 뒤돌아서면 쌀이 떨어지겠네요. 준영이네 식구 소식 기회 있으면 또 전하겠습니다.

경남 하동 지리산 아이들은 오늘 무슨 선물을 받는지 궁금하군요. 손용우 목사님이 돌보는 ‘푸른빛아동센터’는 ‘센터’라는 어감 때문에 훌륭한 것처럼 비쳐지나 실제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입니다. 70%의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그런 곳입니다. 그곳의 목사와 사모, 그리고 양 선생님에게 건강을 통한 사랑의 에너지가 끊이지 않도록 기도합니다. 애들아, 너무 걱정마라. 가난은 A4용지에 베는 가벼운 상처 정도란다. 아무 것도 아냐. 힘내! 샬롬.

전정희 종교기획부장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