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여고 유화웅 교장에게 듣는 미션스쿨… “안 믿는 학생 구원해야”

입력 2011-05-04 16:41


[미션 라이프] “크리스천만 입학한다면 그건 미션스쿨이 아니라, 교회학교입니다. 기독교적 커리큘럼을 통해 믿지 않는 학생에게 하나님을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구산동 예일여고 교장실에서 만난 유화웅(68) 교장은 미션스쿨의 지향점을 이 같이 제시했다. 학교 분위기가 좋아 막연히 미션스쿨에 들어 온 학생을 졸업 때 장성한 믿음의 분량에 이를 수 있도록 양육하자는 것이 유 교장의 소신이다. 유 교장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우리학교 학생의 기독교 비율이 20%로 나타났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도를 하는 순교자적 자세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장의 교육자적 소명 의식은 경기 안산의 동산고 교장시절에서 비롯됐다. 유 교장은 당시 신실한 믿음을 바탕으로 변두리 학교를 명문고 반열에 올리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교사생활 30여 년 동안 서울을 떠나본 적 없는 유 교장이 동산고로 가게 된 데는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1994년 6월 어느 날 그는 안산 동산교회 김인중 목사의 전화를 받았다. 일면식도 없었던 사이였다. 김 목사는 당시 평교사였던 유 교장을 찾아와 “한국기독교학교의 모델을 만들어 보자”며 함께 일할 것을 제의했다. 유 교장은 서울 한 사립학교 교장으로 내정돼 있었다. 일주일 기도한 끝에 유 교장은 김 목사의 손을 잡았다.

1995년 개교 후 유 교장은 다양한 동아리활동과 미인대칭(미소 인사 대화 칭찬) 운동, 하이파이브(하루 5분 이상 기도하기, 일년 50권 이상 책읽기, 하루 5마디 이상 영어로 말하기 등) 운동 등 남다른 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컴퓨터실을 설치해 학생들이 수준별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95년 개교 당시 참신한 시도였다.

인재 양성을 위한 기도도 열성적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백 명의 학생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눈물로 기도했다. 교사와 학부모 기도회도 주기적으로 가졌다.

동산고 이사장인 김 목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유 교장의 열성은 단 시간 안에 놀라운 결과물을 냈다. 지역에서 조차 별 볼일 없던 학교는 누구나 가고 싶은 명문고로 거듭났다. 입학생 선발고사 합격 커트라인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서울대학교 진학률도 점점 높아졌다. 유 교장이 퇴임하기 직전인 2007년에는 전국 2위(일반고 기준)에 올라섰다. 2011년 대학입시 때는 전국 1위가 됐다. 유 교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2005년 남강교육대상과 2007년 아산교육상을 수상했다.

유 교장은 지난 3월 예일여고로 옮긴 이후에도 동산고시절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재 예일고에서 하루에 한 학급씩을 돌며 10분 경건회를 갖고 있다.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종이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면서 경건회는 시작된다. 이 종이에는 성경 구절이 들어 있다.

명사 초청 특강도 매달 1회 열고 있다. 인성과 지성, 신앙을 두루 갖춘 각 분야 전문가가 학생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 교장은 또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도 중요하게 여긴다. 동산고 시절 학생들의 출석을 확인할 때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저는 우리 집의 희망입니다’라고 선언하기를 주문했다. 처음에는 창피해 하던 학생도 나중에는 ‘나라의 희망’ ‘패션계의 희망’ 등 원대하고 구체적인 꿈을 말했다. 유 교장은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으면 학생들의 눈빛부터 완전히 달라진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스스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장의 교육철학은 종말론적 신앙론과 일맥상통한다. 예수 재림에 대비해 현재 삶에 최선을 다하자고 학생들에게 늘 강조한다. 교사에게도 “유언하는 마음으로 수업을 해 달라”고 주문한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 것처럼 매 시간마다 모든 열정을 쏟아달라는 것이다.

만 62세 교사 정년을 훌쩍 넘기고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유 교장은 “교장에는 정년이 있을지 몰라도 교육에는 정년이 없다”며 “하나님의 나라와 국가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