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베드로 (4) 경제난 속 돈 버는 것보다 전도에 열심

입력 2011-05-04 19:04


나는 일단 시작하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한다. 사기를 당해 집까지 잃었지만 내게 피해를 준 사람을 용서하고 전도에 다시 열정을 쏟았다. 그러자 빠르게 성과가 나타났다. 전도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CCC 새생명전도 8주 훈련과정을 나는 세 번이나 받았다. ‘사영리’를 매개로 복음을 전하는 이 과정은 가장 기본적인 전도방법이었다. 본부에서는 내게 간사라는 직책을 주었다. 이제는 내가 전도하는 차원을 넘어 전도자를 훈련시키는 위치까지 된 것이다.

그러나 한번 내려앉아 버린 경제적 어려움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돈 버는 것보다 전도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이유이기도 했다. 그 무렵 추석이 다가왔다. 친척들에게 피해를 준 데다 월세 보증금 1000만원도 형제들이 모아 준 터라 가족모임에 도저히 갈 수 없었다. 나는 망설이다 아내와 자녀 둘을 데리고 경기도 남양주 수동기도원을 찾았다. 명절이어서인지 기도원에 온 성도는 30여명에 불과했다.

강사 목사님이 “여기 온 여러분은 지금 두 종류인데, 한쪽은 믿음이 너무 좋아 명절 때도 은혜 받으러 오신 분이고, 또 한쪽은 오죽하면 명절에도 이곳을 찾은 분들이겠느냐”고 하시는데 참으로 공감이 되었다. 그런데 설교 중에 “지금 기도원 본당 건축을 하고 있는데 재정 부족으로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예배 후 기도를 하는데 마음속에서 “기도원 건축에 네가 먼저 헌신하라”는 음성이 들렸다. 나는 하나님께 “사기 당하고 빚밖에 없는 제가 무슨 헌신을 합니까”라고 항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주머니에 있는 130만원이 생각났다. 기도원 올 때 거래처 사장이 명절이나 보내라고 물건값을 미리 준 것이었다. 내 전 재산이었지만 봉투에 “하루속히 기도원이 건축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록한 뒤 헌금했다. 누가 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행동이라 했겠지만 나는 내가 기도 중 들은 것이 성령의 음성이라 확신했기에 행동으로 옮겼다.

연휴 3일을 기도원에서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에겐 참으로 미안했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은행 천호동 지점에서 전화가 왔다. 4870만원을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사기 당할 때 5000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포함돼 있어 지급정지를 시켜 놓았었다. 하지만 은행 규정상 한 번 결제해서 다른 사람이 소액권으로 바꾸어 가면 찾을 수 없다고 해 포기한 상태였다. 본점에서도 절대 찾을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사용된 액수를 제외한 돈을 주겠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내가 드린 건축헌금의 40배에 가까운 돈이었다.

“여보, 우리가 사기꾼을 용서하고 마지막 돈까지 건축헌금으로 드린 믿음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선물을 주신 것 같아.”

우리 부부는 좋으신 하나님을 마음껏 찬양했다.

CCC 훈련 2단계에 거지순례 전도가 있다. 1박2일 동안 연고가 전혀 없는 불특정 지역으로 가서 전도의 담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빈손으로 다니면서 식사를 구걸해야 하기에 거지전도란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도하다 굶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증거라 여기지 않을 수 없다.

한번은 강화도로 훈련을 갔다. 30여명의 훈련생과 7명의 간사들이 함께 갔는데 간사인 내게 5명의 훈련생을 배정해 주었다. 빈손으로 전도여행을 다니는데 중간에 절이 나타났다. 누구도 그곳에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간사인 나는 시범을 보이겠다고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