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극본처럼 깔끔한 마무리 이세돌 BC카드배 2연패

입력 2011-05-04 17:35


지난해 제2회 BC카드배를 많은 팬들은 기억한다. 이세돌 9단이 복직 후 처음 맞는 대회로 그동안의 공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많은 사람의 기우를 한방에 날려버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 제3회 BC카드배에서도 어김없이 결승에 진출했다.

이 9단은 준결승전에서는 차세대 주자 박정환 9단을 상대로 긴 승부 끝에 3집반 승리를 거두었다. 또 다른 준결승전은 허영호 9단과 중국 구리 9단의 대결이었다.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3대 3으로 호각지세였지만 지난 삼성화재배 결승전에서는 구리 9단이 2대 0으로 승리해 허영호 9단의 첫 세계대회 우승을 좌절시켰다.

구리 9단은 BC카드배 초대 우승자로 큰 승부 경험이 많은 노련한 기사이다. 허영호 9단은 2001년 프로가 되어 현재 한국랭킹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력하는 기사로 국내 기전에서 꾸준한 성적을 보이다 최근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화재배 준우승, 춘란배에서는 중국랭킹 1위 콩지에 9단을 꺾고 4강에 올랐다.

하지만 아직 큰 승부의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구리 9단의 벽을 넘지 못해 결승전은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중국의 구리 9단의 대결로 압축됐다. 역대 전적은 이세돌 9단이 5승 8패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29살의 동갑내기 라이벌 기사로 세계최강의 기사들이지만 개인전 결승무대에서는 이번이 두 번째 대결이다. 2009년 열린 LG배 결승에서는 구리 9단이 이세돌 9단을 2대 0으로 꺾으며 우승했고, 2년 후에 다시 세계무대에서 만난 것이다.

5번승부로 펼쳐지는 결승전은 지난 4월 23일 시작됐다. 먼저 3판을 이기면 우승을 차지하는 만큼 첫판의 승리가 중요하다. 이번 BC카드배는 두 기사의 결승매치여서 세계의 바둑 팬들이 주목하는 승부였다. 1국은 구리 9단의 승리였다. 170수 불계패로 이세돌 9단의 완패였다.

바로 다음날 결승 2국이 진행됐다. 2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초반 유리한 흐름을 마지막까지 이끌며 승리해 승부는 원점이 되었다. 하루를 쉬고 이어진 3국. 5번승부에서 3국은 승패의 분수령이다. 바둑은 구리 9단이 시종일관 유리했다. 하지만 후반 이세돌 9단의 흔들기로 국면전환을 시도했고 결과는 이세돌 9단의 반집 승리였다. 4국은 구리 9단의 반격. 이번은 이세돌 9단의 역전패였고 결국 승부는 최종국까지 왔다.

우승상금 3억원과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다. 피할 수 없는 마지막 5국에서는 ‘수읽기의 제왕’ ‘반상의 마법사’라 불리는 이세돌 9단이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마치 극적인 승부를 위한 준비된 극본처럼 처절하고 아름다운 승부였다.

<프로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