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네이비 실

입력 2011-05-03 19:01

‘하늘에서 내려와 싸우는 전사들/강하해 죽음으로 향하는 겁 없는 사내들/스스로 한 말은 어김없이 지키는/용감한 사내들 그린베레/가슴엔 은빛 날개를 단/미국 최고의 사내들/100명이 도전해서/단 3명만 쓸 수 있는 그린베레…’.

1960년대 현역 그린베레 요원이었던 배리 새들러 하사가 투박하면서도 가슴 저릿하게 부른 ‘그린베레의 노래(The Ballad of the Green Berets)’ 앞부분이다. 일종의 군가랄 수 있는 이 노래는 이례적으로 일반인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어 66년 3월부터 5주 동안 빌보트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딱히 이 노래 덕분은 아니겠지만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당시 미 육군 특수전부대의 별칭인 그린베레는 특수부대의 ‘대표선수’ 격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래서 네덜란드 육군 특수부대(KCT)는 역시 그린베레를 착용한데 더해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미국’을 ‘네덜란드’로 바꿔 부대가(部隊歌)로 사용했고, 남아공에서는 ‘밤색 베레의 노래’로 제목이 바뀌어 불렸다. ‘밤색 베레’는 남아공 특수여단과 44낙하산연대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육군 특전사가 그린베레를 본떠 ‘블랙베레’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그린베레는 베트남전 패배와 함께 ‘희생양’으로 전락해 명예가 실추됐다. 대신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게 이번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전공을 세운 네이비 실(Navy SEAL)이다. 1961년 알레이 버크 당시 해군작전사령관이 게릴라전을 위해 창설했다. 이름이 말해주듯 바다(SEa) 공중(Air) 지상(Land) 어디서건 작전이 가능하며, 특히 대다수 다른 나라의 특수부대와는 달리 수중 작전에도 능하다.

임무는 비정규전을 포함한 직접 전투, 특수정찰, 대테러전, 인질 구출 등이며 각각 6개 소대로 구성된 8개의 팀(1, 2, 3, 4, 5, 7, 8, 10)이 있다. 그리고 이 외에 6팀이었다가 87년 해체된 뒤 해군특수전개발그룹(DEVGRU)으로 재편된 특별팀이 있다. 바로 이번 빈 라덴 제거 작전에 투입된 팀이다. 이들은 계통상 해군특수전사령부 소속이지만 작전 명령은 합동특수작전사령부로부터 받는다. 말하자면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라는 뜻이다.

모든 특수부대의 ‘어머니’ 격인 영국의 SAS, 엔테베 작전을 성공시켜 세계의 경탄을 자아낸 이스라엘의 사예레트 매트칼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수부대가 많지만 이로써 네이비 실의 성가는 한층 높아지게 됐다. 다만 대테러 특수부대가 명성을 떨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