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사상 첫 3000억달러 돌파 외화 곳간 쌓이는데… 운용 다각화 ‘굼뜬 행보’
입력 2011-05-03 21:47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 30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한국은행의 외환 투자 운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한은이 외화의 투자 다변화에 적극적인 중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현실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한은은 4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3072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돌파는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강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000억8000만 달러로 처음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어 2005년 2월 2000억 달러, 그 후 5년10개월 만에 30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적정 논란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외화가 너무 많아도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풀린 원화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은은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을 발행해 원화를 회수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안증권 금리보다 투자대상 상품의 금리가 낮아 역마진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금 보유 확대 등 글로벌 시장 흐름을 좇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사례를 드는 사람들도 많다.
중국은 지난 3월 외환보유액이 사상 처음 3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넘치는 외환을 다각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강구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해외자산 등에 투자하는 중국투자공사(CIC)에 1000억∼2000억 달러의 운용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중국 인민은행은 달러화의 중장기 약세에 따른 수익 저하를 피하기 위해 에너지, 귀금속, 외환을 포함한 특별 자산에 투자하는 새로운 국부펀드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를 통해 중국은 해외기업 인수와 자원 확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반면 한은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것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CIC와 성격이 유사한 한국투자공사(KIC)에 30억 달러를 위탁한 정도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마저도 외환보유액의 성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상장 주식 정도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공격적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한은 외자운용원 강성경 운용기획팀장은 “외환보유액 규모와 금융구조 등이 다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을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중국은 한 달에 외환보유액이 100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나는 나라여서 기존 채권을 건드리지 않고 새로 들어오는 돈만으로 투자할 수 있는 나라”라며 우리나라와 외환 운용규모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와 달리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중국은 금융위기 가능성이 적어 투자운용의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만큼 금 투자 확대 등 효율적인 운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