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경제5단체장 오찬 간담회… “동반성장 자율적으로 협조” 당부
입력 2011-05-03 22:19
이명박 대통령이 3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청와대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만들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참모들에게 “우리 정부가 친기업·친서민 정책을 펴 왔는데, 일부에서는 왜 반(反)기업이라고 하느냐.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공감을 얻으려면 내가 직접 경제계 관계자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낙제점 발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공적 연기금의 대기업 주주권 행사 제안, 기름값 인하 등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MB 정부가 대기업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이후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긴급히 경제 5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 일정을 잡았다. 간담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주로 이 대통령이 말하고, 경제 5단체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간담회에 배석했던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5단체장에게 그간 우리 기업들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계속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물가 문제에 대해 “기업들이 협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물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가 억제에 기업들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동반성장과 관련해서도 법으로 강제할 일이 아니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네 돈 내 돈 구분하지 않는 회계문화를 바꾸는 등 경쟁력과 경영 투명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총수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배려하면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과 관련, “기본적으로는 순조롭게 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잘하고 있다”면서도 “대기업들이 미소금융에 좀 더 신경 써주기 바란다”고 했다.
간담회에서 연기금 주주권 강화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홍 수석은 ‘경제 5단체장들이 정부 정책에 아쉬움을 토로하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경제 5단체의 대표격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말을 아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는 되어 있지 않느냐. 전경련 회장이 가서 중소기업 사장들과 대화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하자, 허 회장은 “그런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고 답했다. 다만 손경식 회장이 “기업이 잘못하는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서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 ‘대기업 때리기’에 대한 경제계 우려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