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은 뭐가 되든 票만 좇아… 의원들 ‘선심성 입법’ 봇물
입력 2011-05-04 00:21
지난주 정부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축산농 지원을 위해 8년 이상 직접 운영한 축산농가가 폐업할 경우 300평 이하 목장용지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에 세금을 감면해주면 갈등이 있는 사안마다 조세혜택을 줘야 하는데 그게 올바른 것이냐”며 반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야는 4일 농림수산식품위와 본회의를 열고 시장 개방으로 농산물 가격이 평년 가격 대비 85% 이하로 떨어지면 차액의 90%를 보전해주는 내용의 ‘FTA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부산지역 출신 의원들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을 위해 5000만원 이하인 예금보호대상을 2012년까지 한시적으로 저축은행 예금 전액과 후순위채권에 대해 보장한다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냈다.
국회의원들의 선심성 ‘떼법’에 나라살림이 위협받고 있다. 3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15대 국회 때 806건에서 16대 1651건, 17대 5728건, 18대 국회 9640건으로 급증했다. 18대 국회 의원입법안은 전체 발의법안 건수(1만1054건)의 87.2%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재정이 수반되는 입법안도 15대 국회 때 13건에서 16대 76건, 17대 1367건, 18대 국회는 2782건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18대 국회 의원입법안 중 본회의에서 가결된 경우는 1080건에 불과해 법안 통과율이 11.2%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올해 관리대상수지(사회보장성기금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가 25조원, 국가채무는 435조5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5.1%로 예상된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사회보장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단계여서 재정수요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 등 의무지출 증가율은 올해 이후 2015년까지 연 평균 8.1%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남북관계에 따른 잠재적 수요도 대비해야 한다.
연세대 경제학과 박태규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에 비해 재정상태가 양호한 편이지만 복지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노용택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