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세상 탓만 했는데 이제 땀의 의미 알것 같아요”
입력 2011-05-03 18:26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이모(36)씨는 “여동생에게 떳떳한 오빠가 되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소매치기였던 이씨가 세 번째로 구속되던 2008년, 이씨의 여동생은 중부대 경찰학과에 합격했다. 경찰의 길을 택한 동생의 선택에 감동 받은 이씨는 출소 후 새로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오는 7월 출소 예정인 이씨는 3일 교도소 내 강당에서 열린 ‘수형자 구인구직을 위한 만남의 날’ 행사에서 안양의 한 창고업체에 취직됐다.
구인구직 행사장은 이씨처럼 곧 사회에 나가 자립해야 하는 수형자의 구직 열기로 뜨거웠다. 교도소 측은 출소 예정일이 5개월 미만인 수감자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는 51명을 골라 구직난을 겪는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만나게 했다. 지난해까지는 서울의 체육관을 빌려 행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교도소 내부에서 열렸다. 지난해까지 수갑을 차고 일자리를 찾아다녔던 수감자들은 마음 편하게 행사장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살인미수로 3년간 복역하고 9월 출소를 기다리고 있는 박모(43)씨는 유달리 취업에 적극적이었다. 5년 전 이혼한 아내 대신 두 자녀를 맡아 기르고 있는 홀어머니가 박씨의 출소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빨리 가장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마음에 1년7개월을 투자해 도자기 기능사 자격증과 PC 마스터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강도상해죄로 복역 중인 송모(44)씨는 “지금까지는 죄를 지어 놓고 세상 탓만 한 것 같다”면서 “전과자라는 자격지심을 버리고 일자리를 찾으러 왔다”고 했다. 그는 “한푼이라도 내 힘으로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며 월급이 150만원도 안 되는 공사장 안전망 설치 업체에 지원해 합격했다.
수감자들이 직업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에는 중소업체들의 결단도 한몫 했다. 안양에서 창고업을 운영하는 오모씨는 행사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오씨는 “출소자에게 물류창고 키를 통째로 맡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식자재 창고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어 구인난에 시달리던 오씨는 결국 수감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오씨는 행사장에서 7명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수형자 채용을 신념으로 삼는 업주도 있었다. 충남 아산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10년 동안 200명 넘는 출소자를 고용했다. 서씨는 “절도 전과자를 고용했다 금고를 털려 후회도 많이 했다”면서도 “출소자가 이웃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면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