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450억원-무바라크 5860억원… 스위스, 중동 등 독재자 은닉 자산 공개
입력 2011-05-03 18:25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스위스에 4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은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셸린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튀니지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카다피와 핵심 측근이 스위스에 은닉한 자산 3억6000만 스위스프랑(약 4450억원)을 찾아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또 스위스 정부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은닉 재산 4억1000만 스위스프랑(약 5860억원),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의 재산 6000만 스위스프랑(약 742억원)도 찾아냈다고 덧붙였다. 세 독재자의 은닉 자산을 합하면 8억3000만 스위스프랑(약 1조271억원)에 달한다.
스위스 정부는 이들이 불법 행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은행과 기관에 자산 동결을 명령했다. 스위스 정부는 3월 말 이집트와 튀니지 정부에 공문을 보내 이 자산이 불법 행위에 연관이 있는지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고 AP가 전했다. 튀니지와 이집트 정부는 은닉 자산 회수를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스위스 정부는 어떤 재산이 어느 기관에 얼마나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라르스 크누첼 스위스 외교부 대변인은 “돈뿐 아니라 부동산도 있다. 특정 기관을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한때 독재자들의 불법자금 도피처로 불렸던 스위스는 지난해 불법자산 동결 조치를 포함한 새로운 법을 통과시키는 등 국제사회의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칼미-레이 외무장관은 “스위스가 불법 자금 은닉처라는 생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