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제한, 500m서 1㎞로 법안 일몰시한 5년으로 강화… 지경위 ‘SSM 규제법’ 5개월만에 고쳐

입력 2011-05-03 18:26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을 제한하는 법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행 5개월 만에 개정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유통산업발전법(일명 SSM규제법) 개정안을 처리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다.

◇SSM 입점 제한, 500m서 1㎞로=개정안은 SSM이 들어설 수 없는 범위를 현행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부터 500m 이내’에서 ‘1㎞ 이내’로 늘렸다. 법안 일몰시한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개정안은 4일 열리는 ‘원 포인트 본회의’에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함께 처리된다.

갓 태어난 법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던 건 한?EU FTA가 비준되면 신법 우선 원칙에 따라 기존 유통법이 무력화된다는 우려 탓이다. 유통법은 FTA를 통해 개방하기로 한 유통산업에 부당한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통법이 한·EU FTA와 불합치 되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 통과 직후 처리하기로 했다. FTA 비준안보다 개정된 유통법이 신법이라는 논리를 갖추기 위해서다. 한·EU FTA가 비준되면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관련 업계, “사업하지 말란 소리”=개정안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FTA 발효 후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100% 분쟁 대상이다. 협정문을 고치지 않고선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결국 영세상인을 달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제소한다 해도 결론이 나는데 최장 10년 정도 걸린다”며 “그때면 이미 법은 일몰 규정에 따라 사라지고 없으므로 충분히 보호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유통업계 반발도 강하다. 지난해 통과된 유통법과 상생법만으로도 신규 출점이 어려웠는데,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한 SSM 업계 관계자는 “규제 범위가 500m에서 1㎞로 늘어나는 것은 면적 기준으로 보면 규제가 4배 강화된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하지 말라는 소리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SM과 같은 규모의 소형 점포가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SSM 점포를) 더 확장할 여지가 있는데도 이중 규제에 가로막혔다”고 반발했다. 3일 현재 전국 SSM 매장 수는 롯데슈퍼 313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44개, GS수퍼마켓 209개와 이마트의 에브리데이와 메트로, 킴스클럽마트 등 소규모 업체 77개까지 총 843개가 분포해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한?EU FTA 저지를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민노당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한 민주당의 행보는 4·27 재보선에서 야4당이 합의했던 내용을 백지화하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원철 문수정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