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美, 파키스탄 ‘이중플레이’ 의심
입력 2011-05-03 22:24
빈 라덴 은신처 묵인하고 도움까지 줬나
미국이 ‘두 얼굴’의 파키스탄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발단은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위치다. 빈 라덴이 동굴에 숨어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적한 시골마을에 요새 같은 건물을 지어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건물은 파키스탄 육군사관학교와 3㎞도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있었다. 따라서 파키스탄 정부가 빈 라덴의 위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건물 외부에 높이 5.5m의 담이 있고, 철조망이 쳐 있으며 감시 카메라까지 설치된 이 건물을 뛰어난 정보력을 갖춘 파키스탄 정보부(ISI)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수년간 빈 라덴이 아무런 외부 도움이 없이 그곳에서 지냈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파키스탄의 도움을 의심했다.
미국이 빈 라덴 추적에 번번이 실패한 것은 ISI 때문이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미 정부의 비밀 문건을 인용해 보도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 문건에는 미군이 추적할 때마다 ISI가 미리 정보를 흘려 빈 라덴이 도망갈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의 대테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다루기 힘든 동맹으로 평가돼 왔다. 해마다 테러방지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지만 파키스탄이 탈레반을 돕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이번 작전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관리는 “빈 라덴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어떤 나라와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며 파키스탄이 이번 작전에서 배제됐음을 확인했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2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테러리스트에게 아내를 잃었다”며 “대테러전은 미국의 전쟁이자 파키스탄의 전쟁”이라고 빈 라덴 비호 의혹을 반박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