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연말 외국인 기업 상장 가능… 한국 라오스 진출에 日 충격”

입력 2011-05-03 18:28


(16) 라오스에 한국형 증권거래소 수출

LSX 뎃푸방 물라라트 이사장·박호정 부이사장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외곽에 위치한 8층짜리 라오스증권거래소(LSX) 건물은 시내에서 가장 높다. 중심가 탓 루앙 사원보다 높게 지으면 안 되는 고도 제한에 걸려 당초 4층 규모로 계획했으나 정부에서 시장개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제한을 풀어준 것이다. 3000만 달러가 들어간 건물 신축은 세계 최빈국 라오스 역사상 최대 국책사업이었다.

8층 집무실에서 만난 뎃푸방 물라라트(62) LSX 이사장은 공산당 제복이 아닌 깔끔한 양복 차림을 한 채 인터뷰에 응하면서 시종 라오스 증시 발전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지난 1월 증시 개장 이후의 변화에 대해 “짧은 기간 많은 자본을 유치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다른 기업들에도 좋은 이미지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20여개 기업이 상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올해 안에 국영 통신사인 ETL과 라오스개발은행(LDB)이 추가 상장을 위해 준비위를 구성하는 등 큰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 대학에서 사회주의 경제학을 전공한 물라라트 이사장은 한국형 증시제도 도입을 위해 여념이 없지만 틈나는 대로 대학, 연구소 등에서 ‘증시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그는 증시 개방 확대 계획과 관련, “연말에 증권법이 제정되면 외국인 기업 상장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한국거래소, 태국거래소와 협력해 교차상장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거래소를 접목하기가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물라라트 이사장은 오히려 “현대차와 삼성 휴대전화를 자본주의 사회뿐 아니라 사회주의 국민들도 사용하지 않느냐”며 “자본시장은 체제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로 옆 집무실에 근무하는 박호정 부이사장은 “라오스 정부 당국자들은 틈만 나면 한국을 파트너로 잘 선택했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라오스 진출에 주변 동남아 국가들도 놀랐지만 “한국이 사회주의 국가에 설마…”라며 코웃음을 쳤던 일본이 더 큰 충격에 빠진 듯하다고 전했다.

비엔티안=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