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고개드는 음모론… ‘빈 라덴 죽지 않았다’ 사이트 등장
입력 2011-05-03 22:23
오사마 빈 라덴은 정말 죽었을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이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아랍권에서는 미국의 일방적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인터넷에선 ‘오사마 빈 라덴은 죽지 않았다’는 단체가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모든 의혹의 출발점은 미 정부가 빈 라덴의 시신 사진 등 증거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채 수장했다고 발표한 데 있다.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담당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신 사진 공개를 묻는 질문에 “아직 입장이 결정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빈 라덴의 수장 과정까지를 담은 비디오테이프도 가지고 있지만 망설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빈 라덴의 사망을 확인시키기 위해서는 사진 등 자료 공개가 필수적이지만 참혹한 시신 상태가 이슬람권 전체에 분노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부인했던 알카에다는 이날 공식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터넷 사이트 ‘슈무크 알 이슬람’을 통해 그의 사망을 인정하고 피의 복수를 다짐했다. 닉네임 ‘아사드 알 지하드2’의 알카에다 이론가는 “서방을 향한 이슬람의 성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들도 잇따라 빈 라덴의 복수를 선언했다. 빈 라덴과 각별한 관계를 맺어온 탈레반은 이날 “빈 라덴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미국에 협조한) 파키스탄이 우리의 첫 번째 공격 목표가 됐고, 미국은 다음 차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빈 라덴의 사망 직전 메시지를 담은 테이프가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테이프가 이슬람 무장단체의 결집을 자극해 무차별적인 보복 테러가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크다. 알카에다가 지도자 사망 이후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향후 수일에서 수주 사이에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전했다.
한편 미국의 빈 라덴 사살에 대해 국제법상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정부와 미국내 법률가들은 자위 차원의 적법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와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전쟁터에서의 군사 작전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개인의 암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 판사로 일했던 다야 지카코(多谷千香子) 호세(法政)대학 교수는 “(빈 라덴 사살이 합법이라면) 미국에 위험한 인물은 누구든 죽여도 좋은 게 돼버린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