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개봉 영화 ‘모비딕’… “음모를 파헤쳐라” 물불 안 가리는 열혈기자

입력 2011-05-03 18:13

“사회부 기자는 처음입니다. 거대한 음모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역할이라 지난해 1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출연하기로 결심했죠. 사회부 기자는 형사와 비슷해 보이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데 제가 형사처럼 행동하지는 않을지 무척 고민됐습니다. 촬영 내내 기자 특유의 색깔과 맛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3일 오전 서울 정동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영화 ‘모비딕’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황정민은 촬영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한민국 최초 음모론 영화’라는 슬로건을 내건 모비딕은 1994년 11월 한 신문사 기자가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발암교 폭발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건 배후에 있는 비밀 세력과 그들이 꾸미는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정민은 폭발 사건이 조작됐다는 제보를 받고 특종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부 기자 이방우 역을 맡았다.

전작에서 주로 악독한 조직폭력배나 시골 노총각, 비열한 경찰 등을 연기했던 황정민은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90년대 기자생활을 한 국장급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어떤 원고지와 펜을 쓰고 어떤 재떨이를 사용했는지, 심지어 일주일에 옷을 몇 번 갈아입는지 등까지 세세하게 조사하고 열심히 연기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기자를 하라고 하면 머리가 아파서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비딕은 2003년 단편 ‘여기가 끝이다’로 제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박인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박 감독은 “모비딕이라는 제목은 1851년 미국의 소설가 H 멜빌이 쓴 동명의 소설에서 차용했다”며 “소설에서처럼 주인공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실체를 파헤치기 어려운 ‘거대한 그 무엇’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모론을 소재로 한 영화는 시나리오나 연기가 치밀하지 못할 경우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감독은 “기획할 때부터 톱니바퀴처럼 모든 것이 짜임새 있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고민을 거듭했다”며 “실제 한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변형하는 등 허무맹랑한 음모론이 아니라 개연성이 충분한 ‘한국적 음모론’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했다.

방송인 김성주가 독특한 뉴스쇼 형식으로 진행한 보고회에는 이 밖에도 내부 고발자 윤혁 역을 맡은 진구를 비롯해 이방우의 후배 여기자 성효관 역의 김민희와 동료 기자 손진기 역의 김상호가 참석했다. 영화는 6월 9일 개봉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