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최종철] 외교안보 리더십 강화하려면

입력 2011-05-03 17:54


향후 10∼20년 동안 우리가 국력을 집중하여 추진해야 할 최대의 전략적 과제는 국제 외교안보 리더십을 확대 강화하는 일이다. 한반도, 동아시아 및 세계 문제를 관리하고 해결하는 데 우리 스스로의 국력을 투자하고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경제 분야에서의 국제적 리더십을 평가받은 바 있기 때문에 국제 안보외교 분야로 리더십을 확대하려는 전략이 결코 허망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의 국제적 리더십을 강화하는 데 아직은 우리 단독으로 하기에는 힘이 벅차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동맹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냉전 붕괴 직후 미국과 일본 양국이 공고한 미·일동맹을 바탕으로 책임과 리더십을 분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미·일 글로벌 리더십’을 구현하는 전략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을 준거로 삼을 수 있다. 한·미 글로벌 리더십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궁극적으로 우리의 국제 외교안보 리더십을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 잘 활용해야

냉전 시대 미국은 세계의 모든 국가들을 대등하게 대우하지 않았었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과 일본, 호주 및 이스라엘 등은 팔거리 내에 두는 ‘포함의 원칙’에 따라 처우했고 여타의 공산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해서는 팔거리 밖의 ‘배제의 원칙’을 적용했었다. 즉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및 기독교 문화권 밖의 국가들은 미국에 가깝게 접근할 수 없었다. 기독교 문화권에 속하지 않은 일본만 예외였고 한국은 제3세계 국가 그룹에 속했었다. 미국은 차별적 국제관계 원칙을 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첫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세계 전략은 달라졌다. 미국은 한국을 ‘배제의 원칙’ 그룹으로부터 ‘포함의 원칙’ 그룹 국가로 격상시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간에 쌓은 신뢰에 기초하여 한국을 세계 전략의 동반자이자 아시아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을 “태평양 지역 안보의 린치핀(바퀴의 이탈을 막는 고정 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 린치핀이라는 표현은 미·일동맹에만 적용된 수사였었다. 또한 미국의 한 전문가는 한국은 미국에 있어 냉전 시대에 비해 4배나 더 중요한 국가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3만명에 가까운 인적 손실과 약 25조엔의 경제적 피해를 맞아 일본의 국제적 목소리는 낮아지고 역할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의 전략가와 정책 결정자들은 한·미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글로벌 리더십은 양국 간 서로 돕는 상호의존적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남북 대화나 중국의 성장에 따른 정세 불안정에 대한 대응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등 한국의 대북정책 등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도울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이러한 미국의 지지와 지원에 대해 세계 전략 동반자로서 공적개발원조 등을 통해 미국을 지원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미 글로벌 리더십은 한국이 이러한 미국의 리더십 부담과 책임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의 리더십을 인정해 주는 ‘책임과 리더십 분담‘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다.

책임과 리더십 분담 원칙을

이러한 한·미 글로벌 리더십을 발판으로 성장하는 한국의 국제적 리더십은 향후 한국의 최대 전략과제인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서로 배척시키지 않고 보완하는 관계로 이끌어 가고, 한·미 전략적 동맹관계를 더욱 공고화시키며, 평화적 통일 시대를 맞이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최종철 국방대 교수 군사전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