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간판 걸고 서민돈 떼먹은 사기꾼들

입력 2011-05-03 17:44

부산저축은행그룹은 구멍가게만도 못했다. 은행이 아니라 사금고였다. 대주주와 임원들이 전횡을 하면서 천문학적 규모의 불법대출 등 온갖 비리를 저질렀다. 그 뒤에는 이런 불법을 적발하지 못하고 관리·감독을 게을리한 금융감독원이 있었다. 특히 금감원 출신의 부산저축은행 계열 감사들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는커녕 범죄에 가담하거나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총체적인 감독 부실이 빚은 금융폐해다. 오죽하면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섰겠는가. 김 총리가 3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금융당국과 은행 간 전관예우 관행을 지적한 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것이다.

검찰이 엊그제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5개 저축은행을 거느린 부산저축은행그룹은 금융비리 종합백화점이었다. 기소된 대주주와 경영진 21명은 7조원대의 경제 비리를 저질렀다. 대주주 등에 대한 불법 신용공여, 부당대출을 통한 배임과 횡령, 이를 눈가림하기 위한 분식회계 등이 동원됐다. 이렇게 빼낸 자금은 대주주의 쌈짓돈처럼 사용됐다. 또 분식회계에 따른 장부상 흑자로 대주주 등은 6년간 300억원대의 배당금을 챙겼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대담한 범죄행각이다. 서민 예금주들만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

사실상 이 같은 비리를 키운 것은 금감원이다. 얼마나 형식적으로 검사를 했으면 오랜 기간 자행된 조직적 범죄를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했겠는가. 불법 행위를 방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부산저축은행 4개 계열사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금감원 퇴직 간부들이 오히려 불법대출 등에 가담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금감원 퇴직자의 경우 2년간 저축은행 감사 취업을 제한할 방침이라고 하나 이것만으로는 안 된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증권·자산운용, 시중은행, 보험, 카드 등의 금융회사에도 금감원 출신 감사가 수두룩하다. 차제에 금감원 퇴직자의 금융회사 낙하산 전직을 금지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례에서 보듯 은밀한 공생관계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