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비세 '역주행'… 수도권 배 불려

입력 2011-05-04 00:34

지난해 도입된 지방소비세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 격차를 가중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부터 지방소비세가 부가가치세액의 10%로 늘어나면 지방자치단체 재정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3일 행정안전부와 광역시·도에 따르면 지난해 배분된 지방소비세는 2조6789억원으로, 이 가운데 32.9%인 8797억원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광역단체에 배정됐다.

비수도권 광역시 5곳에 6170억원(23.0%), 비수도권 광역도 8곳에는 1조1822억원(44.1%)이 할당됐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지자체의 재원을 늘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배분 방식이 민간최종소비지출 비중에 따라 나눠져 주요 기업들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에 재정보전금이 편중됐다. 세수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수도권은 민간최종소비지출의 100%, 비수도권 광역시는 200%, 나머지 도는 300% 등 지역별 가중치를 차등 적용했으나 재정격차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정자립도가 높아 과거에는 국고지원을 전혀 받지 않았던 서울은 지난해 지방소비세 도입으로 세입이 4277억원 늘었다. 이는 비수도권 광역시·도의 세입증가액의 2∼13.8배 규모다. 경기도 역시 재정수입이 335억원에서 지난해 3726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수입이 31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전남·북의 재정 증가액은 각각 543억원과 810억원에 불과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전주에 사는 한 시민이 인터넷으로 서울의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매하면 소비행위는 전북에서 일어났지만 민간최종소비지출은 서울로 귀속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발생했다”면서“지역간 세수 인프라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소비지출에 대한 가중치를 비수도권 광역시는 300%, 비수도권 도는 50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대통령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 이방호 위원장은 “지방소비세 이양비율은 독일(46.9%)과 스페인(35%), 일본(25%)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며 “오는 9월까지 국세와 지방세의 합리적 조정과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 매칭 비율 등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