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베드로 (3) 모피외투 팔아 조선족교회 도우려다…
입력 2011-05-03 19:06
내가 만든 2억5000만원은 급히 차용한 돈이었다. 그러나 곧 3억7000만원이 들어와 빚을 갚고, 교회 건축비 5000만원을 중국에 보내고도 7000만원이 남았다. 나는 이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함께 투자한 후배가 하얗게 질려 나를 찾아왔다.
“선배님도 만난 적 있는 L씨가 우리가 산 모피외투를 탐내며 1억원을 보탠 6억원에 되팔라고 해서 팔았답니다. 그 돈으로 다른 곳 외투를 또 싸게 사려고 했지요. 그런데 내가 받은 6억원짜리 당좌수표가 부도가 났다고 하네요.”
전문 사기꾼에게 당한 것이다. L은 유흥가를 돌며 돈을 흥청망청 쓴다고 했다. 화가 치밀어 울화병이 생길 정도였다. 빚 독촉에 결국 내 소유 아파트를 팔아 갚고 반지하 단칸 월세방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었다.
L을 향한 분노가 솟았다. 칼과 가스총을 구입했다. L을 만나면 가스총으로 실신시킨 뒤 여차하면 살인까지 할 심산이었다. 나는 핏발이 선 눈으로 L을 찾아 두 달을 헤맸지만 항상 한 발씩 늦었다.
절망과 고통을 견디다 못한 나는 어느 날, 남한산성에 올라가 소주에 수면제 40알을 삼켰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아무리 전도왕이었고, 교회 봉사에 열심을 내고, 조선족 교회를 지으려고 했어도 내 신앙은 뿌리를 정상적으로 내리지 못한 엉터리였다.
자살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사흘 만에 눈을 뜬 나는 월세방 우리 집에 누워 있었다. 왜 죽지도 않느냐고 몸부림치다 막 한글을 배운 딸아이의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하나님, 우리 아빠가 많이 힘드신가봅니다. 우리 집이 많이 가난해졌습니다. 하나님, 우리 아빠를 도와주세요. 예전처럼 저와 잘 놀아주고 돈도 잘 벌게 해주세요.”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그 일기는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시는 음성 같았다. 비로소 몸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렸다. 곧장 감람산기도원에 올라가 영성훈련에 참석했고 이곳에서 나는 내 신앙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강사인 기도원 원장이 내 가슴을 찌르는 설교를 했다. “여러분 마음속에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있다면 오늘 그를 용서하십시오.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려 돌아가신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용서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면서 마태복음 18장, 탕감의 비유를 들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동시에 사기꾼 L을 저주하고 미워한 것을 회개하게 되었다. 이렇게 7시간 동안 뒹굴며 회개하고 또 회개했다. 내가 이토록 많은 죄를 지었는지, 영상처럼 흐르는 모든 것을 토해 놓고 회개했다. 휴지 한 통을 다 쓰고 나니 L을 향한 분노가 사라지고 오히려 그를 위한 기도가 나왔다.
기도원 문을 나설 때 산천초목들이 모두 나를 향해 박수를 쳐주는 것 같았다. 얼마나 마음이 날아갈 것 같고 깃털처럼 가벼운지 몰랐다. 미움과 증오는 악한 영이 점령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그것이 빠져나가자 난 새 사람이 된 듯 달라진 것이다. 비록 돈을 잃었지만 난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더 높은 차원의 영적 세계를 얻게 된 것이다. 수업료 치고는 참 비쌌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사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신앙은 이 고난을 통해 한층 더 두터워져 교회 봉사와 선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믿음을 회복한 나는 조선족 교회를 짓지 못한 것에 늘 마음의 빚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국제대학생선교회(CCC)가 주최하는 새생명전도훈련 8주 과정에 등록했다. 더 열심히 영혼 구원을 하고 싶었다.
정리=김무정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