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정부’… 민간기업 LPG 값 동결 강제하며 도시가스 4.8% 올려

입력 2011-05-02 18:48

민간기업의 물가인상을 억누르는 정부가 슬그머니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다. 상반기 중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약속과 다른 것은 물론 정부는 물가를 올리면서 기업은 못하게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4.8% 인상한다고 2일 밝혔다. 인상폭은 용도별로 주택용 4.9%, 업무·난방용 2.1%, 일반용 4.5%, 산업용 7.5% 등이다. 요금 인상으로 일반가정은 월평균 1130원 정도의 부담이 늘게 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단가 인상분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과 도로, 전철, 상수도 요금 등 그동안 억제해 온 공공요금 인상이 봇물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기업들이 도입단가 인상분을 반영해서 가격을 올리려는 것을 막고 있는 것과는 모순된 조치다.

지경부는 요금인상이 1일부터 적용됐음에도 2일 뒤늦게 발표했다. 정부가 앞장서 물가인상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우려해 발표 타이밍을 늦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가스업계가 액화석유가스(LPG) 제품가격을 인상하려다 정부의 눈치를 보고 포기한 상황이다. LPG 공급업체인 E1과 SK가스는 이달부터 프로판과 부탄가스 공급가격을 ㎏당 69원과 75원씩 올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압력을 넣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LPG는 민간 업체들이, LNG는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해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은 억누르면서 스스로는 은밀하게 요금인상을 준비해온 셈이다. 정부 발표가 늦어진 진짜 이유도 이런 비난을 우려한 탓으로 보인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일이 휴일이었고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늦어져서 이날 발표하게 됐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