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기소] 檢, 금감원·정치권 상대 로비 추적

입력 2011-05-02 22:04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 3월 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사 및 특수목적법인(SPC)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동시에 광주지검은 보해저축은행, 춘천지검은 도민저축은행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공개된 시점이다. 이들 저축은행은 부실 경영으로 지난 2월 영업이 정지된 상태였다.

중수부는 수사 착수 한 달반 만인 2일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 경영진 등 21명을 기소했다. 이들의 혐의를 담은 공소장 분량은 모두 405쪽에 달했다. 대검 관계자는 “100% 범죄 사실을 밝혀낸 것은 아니다. 수사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등의 수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수부는 향후 금융감독 당국과 정치권을 상대로 한 저축은행의 조직적 로비가 있었는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 비리가 장기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저축은행과 금감원 출신 인사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부산저축은행이 2001년부터 직접 부동산 시행 사업을 시작했고, 그때부터 금감원이 수차례 이 은행 사무실에 수십일씩 상주하며 정기검사, 부분검사 등을 벌이고도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대출 및 상환 자료만 제대로 봐도 불법 여신을 어렵지 않게 적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는 대주주가 전체 은행 업무를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에다 금융감독 당국의 안일함,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의 불법행위 가담 등이 어우러진 합작품으로 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계열은행에 근무 중인 상임감사들의 불법여신 묵인, 분식회계 가담 등 불법행위도 중수부 수사 결과 드러났다. 부산2·중앙부산·대전·전주 저축은행 4곳에는 금감원 국장, 부국장, 수석검사역 출신 상임감사가 재직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감사를 하기는커녕 불법 여신 집행에 적극 가담하고 분식회계를 공모했다. 이런 악순환이 가능한 이유는 저축은행 측이 금감원과의 관계를 고려해 금감원에 감사 추천을 요청하고, 금감원은 퇴직 예정 간부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감사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이 금감원 검사를 무마하는 로비 창구로 활용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한편 검찰은 검사 2명과 수사관 등 40여명의 수사팀을 부산·부산2·대전 저축은행에 급파했다. 검찰은 거액 인출자들이 예금보장 한도인 5000만원 이상을 ‘쪼개기 수법’으로 분산 예치했다가 사전 인출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