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1차 ‘눈엣가시’ 제거… 아프간 철군 속도낼 듯

입력 2011-05-02 22:08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으로 10년간 계속돼온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차 목표 해결됐다=버락 오바마 미 정부에 빈 라덴의 사망은 테러와의 전쟁의 1차 목표가 달성됐음을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빈 라덴 사망을 “가장 중대한 성과”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도 “대테러정책의 한 단계가 상징적으로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빈 라덴의 사살 또는 체포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1차 목표가 해결됐으므로 미국의 대테러정책은 어떤 식으로든 바뀔 전망이다.

◇아프간 철수 속도 빨라질 듯=무엇보다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의 철수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은 7월 소규모 인원을 철수시킬 예정이지만 그 뒤 철수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빈 라덴의 죽음으로 철수하는 군대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에는 미군 약 9만명이 있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대규모 재정적자 감축안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그는 앞으로 12년 동안 안보 분야에서 4000억 달러를 줄인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최근 예산 문제에 정통한 리언 파네타 국가정보국장을 신임 국방장관에 기용하는 등 안보라인도 예산 절감을 위주로 짰다.

대테러정책은 장기적으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아프간 전쟁은 가뜩이나 ‘막대한 비용에 비해 결과가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 여론을 받아 왔다. 아프간 전쟁에서 미군 1400여명이 지금까지 숨졌다.

◇알카에다 움직임이 관건=그렇다고 미국이 대테러정책을 단숨에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 당장 빈 라덴의 죽음이 불러일으킬 보복 테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이슬람 세력에 빈 라덴의 죽음은 ‘순교’로 받아들여져 곳곳에서 보복 시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도 생각하기 힘들다. 미군이 철수하면 알카에다 활동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알카에다가 앞으로 1∼2년간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가 미국의 대테러정책에서 핵심 관건이 될 전망이다. 테러 시도가 활발하면 대테러 정책이 축소되긴 힘들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테러정책은 전면적 전쟁보다는 요인 암살 위주 활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 간부를 처단하는 게 테러와의 전쟁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빈 라덴 사례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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