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작전 승인 → 무장헬기 4대 출동 → 교전 → “사살 확인”
입력 2011-05-03 01:51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확인.’
1일 낮(미국 동부시간)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워싱턴으로 날아든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상황보고는 백악관 안보팀을 환호케 했다. 작전 개시 시점부터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빈 라덴 제거는 즉각 보고됐다.
미국의 제거 대상 1호인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 사살은 미군과 정보 당국의 끈질긴 추적, 그리고 소규모 특수부대의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비밀 작전의 결과물이었다.
◇어떻게 찾았나=빈 라덴 제거 작전은 사실상 8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표에서 “수년간 공들인 작업 끝에 지난해 8월 빈 라덴에 대한 단서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확실치 않았고 그 정보 확인에 수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실마리는 빈 라덴의 한 심부름꾼 남성을 추적해 얻었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있는 수감자들이 그의 존재를 털어놨다. 오랫동안 빈 라덴에게 신임을 받아온 심부름꾼이 있다는 것이었다. 9·11테러 주모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이 남성의 후견인이었다. 미 정보 당국은 4년간 그의 정체를 밝히려 했지만 실패했다. 진짜 이름도 밝혀내지 못했다. 2009년이 돼서야 이 남성이 일하는 지역을 알아냈다고 미 고위 관계자가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전격 제거 작전=심부름꾼 남성을 추적하던 미국은 지난해 8월 독특한 모습의 맨션을 발견했다. 미 고위 관계자는 “맨션을 처음 봤을 때 크게 놀랐다. 우리 전문가들이 빈 라덴의 은신처로 예상했던 것과 거의 같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미 정보 당국은 이후 맨션을 출입하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했다. 대부분 알카에다 요원이었고 그중엔 미국이 쫓는 자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종 제거 작전 승인은 지난달 29일 떨어졌다. 미군 당국은 1일 새벽 1시쯤을 작전 개시 시점으로 잡았다. 작전에는 CIA의 준군사조직 특수요원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는 파키스탄 북부 가지 공군기지에서 이륙했다.
작전 과정의 일부 동영상은 미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CIA 본부 상황실과 펜타곤에 실시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목표는 사살=미국이 빈 라덴을 생포하지 않고 사살한 데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 관리는 미 특수부대가 애초부터 사살 명령을 하달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그는 “이는 사살 작전이었다”면서 빈 라덴을 생포할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은신처 첩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주재 백악관 안보회의(NSC)가 다섯 차례나 열렸다. 미 정보 당국이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면서 작전 계획을 짠 이유는 9·11테러 직후인 그해 연말 아프간 북부 산악 지역인 토라보라 동굴에 빈 라덴이 은신해 있음을 거의 확인하고도 놓쳤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은 파키스탄 영토 내에서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 정보 당국의 각별한 협조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감사를 표했다.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졌기 때문에 양국 정보 당국의 극소수 인사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의 작전이었다”며 작전 참여에 관해 언급을 피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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