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美국민 “USA” 연호… 오바마 재선가도 청신호
입력 2011-05-02 22:08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소식이 전해진 1일(현지시간) 밤 미국 전역이 환호성에 휩싸였다. 특히 올해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지 10주년 되는 해여서 미국인들은 더욱 감격해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 사실을 발표하는 동안 휴일 밤 12시 가까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앞에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성조기를 흔들며 새벽까지 ‘미국(USA)’을 연호하거나 국가를 부르는 등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일제히 전했다.
2001년 9·11 테러로 건물 터만 남은 뉴욕의 ‘그라운드제로’에서도 기쁨에 찬 시민과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 현장 한편에서는 촛불을 켜놓고 테러 당시 숨진 사람들을 추모하는 장면도 보였다.
미국 정치 지도자들도 당파를 초월해 빈 라덴 사살에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빈 라덴 사냥에 나섰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일 성명에서 “이 중대한 성취는 미국은 물론 평화를 갈망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승리”라고 밝혔다. 그는 재임 중 빈 라덴을 생포 또는 사살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이에게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CNN 등 모든 미국 방송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빈 라덴 사망 소식을 속보로 전한 뒤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를 중계했다. 빈 라덴의 일생 등을 담은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도 했다.
긴급 뉴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 언론들의 실수가 속출했다. 폭스뉴스와 AP통신 등이 빈 라덴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오바마 빈 라덴 사망(Obama Bin Laden Dead)’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도 빈 라덴 사망을 알리는 메시지와 축하 글이 넘쳐났다.
한편 빈 라덴 사살은 최근 재선 도전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형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미 언론이 전했다. 리비아 사태 장기화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한 우려, 불투명한 경기전망과 재정적자 확대 등 곤란한 처지였던 오바마는 다시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는 “빈 라덴 사살의 효력은 내년 11월 대선 이전에 끝날 것”이라며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