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특수부대 “항복하라”에 거부… 사살 후 아프간으로 옮겨 DNA 확인
입력 2011-05-02 22:10
소수 정예 미국 해군특전지원단(네이비 실·Navy SEAL) 20∼25명이 투입된 이번 작전은 불과 40여분 만에 끝났다. 상대는 미국이 10년간 끈질기게 추적해 온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4월 29일 오전 8시20분(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극비리에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승인했다. 임무는 강도 높은 훈련과 첨단 무기를 바탕으로 특수 임수를 맡아 온 네이비 실에 맡겨졌다. 1일 새벽 1시쯤 무장 헬리콥터 4대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 약 100㎞ 지점인 아보타바드로 출격했다. 빈 라덴의 은신처였다.
이곳은 100만 달러짜리 최고급 맨션으로 높이 5.5m의 담장에 둘러싸여 있으며 담장 위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암호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보안문 2개가 있고 가옥에 창문은 거의 없었다. 전화나 인터넷이 없어 추적이 불가능했고, 쓰레기도 수거 시설에 버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각했다. 전형적인 테러리스트들의 요새였다.
미군 헬기들이 건물에 접근하자 빈 라덴 측이 격렬히 저항했다. 건물 지붕에 있던 빈 라덴 경호원들이 총과 유탄발사기를 쐈고, 헬기 1대가 추락했다. 몇 차례의 폭발음이 작은 도시를 뒤흔들었다.
헬기에서 내린 작전팀은 은신처로 투입됐다. 이들은 사전에 정찰위성 및 무인항공기로 수집된 빈 라덴의 은신 가옥을 파악한 상태여서 곧바로 건물 안으로 돌진했다.
은신처 안에서 작전팀은 빈 라덴을 발견했다. 그의 머리에 총을 조준했다. 미군은 “항복하겠느냐”고 물었으나 빈 라덴은 마지막 순간까지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요원은 그의 머리에 총을 쏴 사살했다. 빈 라덴은 평소 “살아서 체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작전팀은 그의 시신을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 유전자(DNA)를 확인했다.
아보타바드 주민 무하메드 하론 라시드는 “작전은 현지시간 새벽 1시15분에 감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천둥이 치는 듯한 총소리와 큰 폭발음이 들렸다. 날이 밝아 밖으로 나가보니 헬리콥터 잔해가 흩어져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AP통신에 전했다. 또 다른 주민 IT 컨설턴트 소하이브 아타르(33)는 우연히 자신의 트위터에 “창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흔들리고 있다. 끔찍한 일이 시작된 게 아니길 바란다” 등의 글을 올려 작전 상황을 생중계했다고 전했다.
아보타바드는 파키스탄 정부군 주둔 지역으로 군사 시설과 군인 거주 시설이 많다. 날씨가 쾌적하고 울창한 산에 둘러싸여 관광 명소로도 꼽힌다. 빈 라덴은 예상과 달리 아프가니스탄 산악지역이 아닌 고급스러운 비밀기지에서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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