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빈 라덴 사살] 빈 라덴 없어도 조직 건재… “테러 1막 끝났을뿐”
입력 2011-05-03 01:48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에게 오사마 빈 라덴의 피살은 큰 충격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상징적’ 수준이어서 테러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알카에다 타격 받나=알카에다는 무엇보다 심리적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빈 라덴은 알카에다에서 정신적 지주였다. 알카에다는 1988년 빈 라덴 주도 아래 국제테러지원 조직으로 결성됐다.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반미 세력으로 거듭날 때도 그가 중심이었다.
알카에다 핵심 조직도 당분간은 구심점을 잃고 세(勢)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부들은 더 깊숙한 곳으로 몸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빈 라덴의 사망으로 미국의 추적이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테러 끝난 것 아니다=하지만 알카에다의 힘이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빈 라덴의 그동안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알카에다는 알 자와히리 등 2, 3인자들이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사 전문가 마크 키밋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의 죽음으로 테러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단지 테러의 한 장(章)이 끝났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알카에다 조직이 빈 라덴 없이 가동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관타나모 수감자 문서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세계 곳곳에 전사 양성 기관을 감춰뒀다. 미국 랜드연구소 세스 존스 수석연구원은 “조직이 약화됐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조직원 모집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도 경계 대상이다. 예멘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와 북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소말리아에 연고를 둔 알 샤바브 등은 언제든 테러를 자행할 수 있는 단체로 꼽힌다.
◇“알 자와히리가 권력 승계”=외신들은 알 자와히리가 빈 라덴의 자리를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알 자와히리는 빈 라덴에게 있어 두뇌부터 수족까지 모든 역할을 해왔다”고 그의 옛 측근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은 그러나 그가 빈 라덴과 같은 카리스마가 없는데다 분열을 조장하는 성향이 있어 알카에다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알 자와히리는 이집트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의사 출신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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