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없지만 주목받는 KBS ‘명작스캔들’… 名作 예술작품을 산산이 ‘깨부수는’ 짜릿한 쾌감
입력 2011-05-02 17:46
‘명작스캔들’은 거침이 없다. KBS 2TV에서 매주 토요일 밤 10시10분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명작으로 평가 받는 순수 예술 작품을 도마에 올려놓고 사정없이 해부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출연하지만 이들은 젠체하지도, 무게를 잡지도 않는다. 프로그램은 명작이 탄생한 시대상과 작가의 개인사, 이면에 감춰진 ‘스캔들’을 종횡무진 휘젓는다. 이런 매력에 때문에 최근엔 이 프로그램 애청자들을 일컫는 ‘명스 폐인’(명작스캔들 폐인)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 있는 ‘하모니 광장’은 ‘명스 폐인’을 자처한 시청자 70명으로 북적였다. 제작진이 마련한 ‘시청자데이’ 참가자들이었다. 이들은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행사에 초대됐다. 현장을 찾았을 때 참가자들은 녹화장면을 방청한 뒤 하모니광장에서 출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시청자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한 참가자는 “역사도 정사(正史)보다 야샤(野史)를 읽는 게 재밌다. 명작스캔들은 이런 재미를 갖추고 있다. 볼 때마다 흥미롭다”고 했다.
‘명작스캔들’이 주목 받는 이유는 예술 작품의 이면을 들여다보겠다는 도발적 태도 때문이다. 출연자들은 솔직한 모습으로 ‘명작’을 대한다. 최원정(36) 아나운서와 함께 공동 MC를 맡은 가수이자 화가 조영남(66)씨와 문화심리학자 김정운(49) 명지대 교수는 프로그램의 투 톱. 두 사람이 방송에서 나누는 대화는 아슬아슬한 느낌까지 준다.
예컨대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 ‘절규’를 놓고 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거 좋은 그림 아니에요. 명작이라니까 좋아 보이지 (처음 이 그림을 보면) 누가 좋다고 하겠어요.”
조영남씨는 빨간 하늘과 파란 산을 가리키며 “빨강과 파랑, (이렇게 대비하는 거) 진짜 창피한 색깔이에요.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을까 싶네요”라고 지적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영남씨의 모습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그는 오페라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다룬 방송에서 방청객에게 느닷없이 ‘고향의 봄’ 합창을 제안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1800년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북부 이탈리아에서 독립운동가로 애창됐던 곡. 그는 이 노래가 ‘고향의 봄’처럼 이탈리아인에겐 정서적 동질성을 부여하는 곡이라고 설명한다.
하모니광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전문가들이 어깨에 힘주고 말할수록 예술은 소외된다. 예술은 전문가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며 “우린 ‘그들만의 리그’를 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명작스캔들’은 여타 방송사들이 주말 밤 야심 차게 내놓는 드라마와 동시간대에 방송된다. 하지만 시청률을 높이려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는 연예인을 출연시키진 않는다.
민승식 PD는 “아이돌그룹 멤버를 출연시킬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럴 경우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며 “시청자들로부터 ‘왜 저 사람이 저기 나왔지’라는 지적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회화나 클래식 음악을 주로 다뤘지만 앞으로는 대중음악을 비롯해 ‘명작’으로 분류되는 모든 작품을 다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