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계파간 소모적 경쟁이 지겹다

입력 2011-05-02 17:43

집권 한나라당이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계파와 개개 의원들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한나라당이 2일 개최한 국회의원 연찬회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소감이다. 지난 4·27 재보선 참패 후 민의를 겸허히 받든다고 했으나 이는 말뿐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문제를 풀 생각을 하지 않고 계파 이익에 골몰하고 있다. 큰 계파는 내년 대선만 생각하고 소수 모임들은 총선에서 도생(圖生)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떠오르는 권력을 받드는 친박계의 교만이 하늘을 찌른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내년 총선 공천 때까지 갈 필요도 없다. 새 지도부와 주요 당직의 배분에 따라 최악의 경우(분당)가 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으나 친박계의 오만함이 짙게 묻어난다. 지난 총선에서 다수당을 만들어준 국민은 안중에 없다.

4·27 재보선 참패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친이계의 독주 행보는 가관이다. ‘백의종군’해도 부족한 친이계가 또다시 자파 인물을 당대표로 내세우려 하고 있으니 이런 안후(顔厚)함이 또 어디 있을까. 말로만 반성일 뿐 행동은 영 딴판이다. 지난 3년반 친이계 독식의 국정 및 당 운영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데 또 탐심이 지나치다.

정치판 정당 내 계파 싸움에 끼어들어 콩 놔라 팥 놔라 하려는 건 아니지만 국민이 선택해 정권을 맡겼고 혈세로 운영되는 정당이기에 집권당의 잘못은 힐책받아야 마땅하다. 국민은 지난 3년반 동안 집권당으로서 한나라당의 부족한 역량을 보았고 무엇보다 계파 싸움에 넌더리가 났다. 오죽하면 재보선에서 전통적 지지층과 보수 성향 지역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을까.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더 겸허히 헤아려 보라는 경고를 보냈음에도 우미(愚迷)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보수를 선택한 다수 국민은 한나라당 내 계파 간 소모적 정쟁을 혐오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