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前 영웅… 미국은 이들을 잊지 않았다

입력 2011-05-02 21:45

6·25 전사 일병 2명 60년만에 최고무공훈장

“안녕하세요. 저는 오바마입니다.” 올 초 도로시 매튜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오빠인 헨리 스벨라에 대한 훈장 추서 얘길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놀람도 잠시, 이젠 백발의 할머니가 된 도로시는 자신을 아껴줬던 오빠와의 추억에 잠겼다.

헨리는 1932년 뉴저지주 뉴와크에서 태어났다. 푸른 눈과 날씬한 몸매를 가진 헨리는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걸 좋아하고 바다낚시를 즐기는 멋진 소년이었다. 헨리는 6남매 중 셋째였지만 두 형이 모두 군복무 중이어서 어머니와 여동생 등 가족을 보살피는 것은 헨리의 몫이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던 헨리는 19세 되던 1951년 한국전 참전을 위해 군 입대를 결심한다. 가족들이 극구 만류했지만 그는 “난 전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헨리는 한국에서 폭스부대 32보병대대 소총수로 배치됐다. 최전방 부대였지만 그는 명랑하고 성실하게 군 생활을 했다. 1952년 5월 17일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가 보내준 사진을 보면 행복해져요. 고마워요. 이곳의 사진도 찍어 보낼 게요’라고 썼다. 하지만 가족은 이 편지 대신 전사통지서를 받아야만 했다.

그해 6월 12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적군의 맹공에 부대 전열이 흐트러지자 헨리는 과감히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그때 적군의 수류탄이 진지 안으로 날아들었다. 헨리는 주저하지 않고 수류탄을 향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전우들은 모두 살아남았고 헨리는 더 이상 깨어나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헨리 스벨라 일병과 앤서니 카호오하노하노 일병에게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한다. 카호오하노하노 일병은 1951년 9월 1일 동료들이 안전하게 후퇴할 수 있도록 홀로 적군과 맞서다 전사했다. 미국은 이들이 전사한 지 60년 만에 최고의 훈장으로 보답했다.

명예훈장은 미군이 받을 수 있는 최고 무공훈장으로 1861년 미국 의회가 승인한 이후 지금까지 3400여명이 받았다. 6·25전쟁에 참전해 이 훈장을 받은 것은 두 사람을 포함해 135명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6·25전쟁 참전 병사에게 명예훈장 추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