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음악감독 맡은 싱어송라이터 정지찬
입력 2011-05-02 21:17
“가수가 오직 노래에만 집중할수 있는 분위기 만들 것”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가 지난 1일 방송을 재개했다. 이른바 ‘재도전 논란’으로 재정비에 들어간 지 35일 만이다. 출연가수가 일부 바뀌고 룰이 달라진 ‘나가수’. 시청자 입장에서는 새로 등장한 가수들에 이목이 쏠렸겠지만 제작진이 흡족해한 ‘변화’는 따로 있다. 바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정지찬(39)을 음악감독으로 영입한 것.
‘나가수’ 신정수 PD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감독을 섭외하려는데 주변 가수들이 ‘정지찬 만큼 음악을 많이 알고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같이 일을 해보니 정말 뛰어난 뮤지션이었어요. 프로그램의 음악적 완성도 역시 크게 올라갔어요. 출연 가수들도 정지찬씨를 엄청 신뢰해요.”
도대체 정지찬이 누구길래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음악감독은 무슨 역할을 하는 걸까. 지난달 27일 정지찬을 만났다. KBS JOY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 녹화가 있은 서울 흑석동 중앙대 아트센터에서였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도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정지찬은 우선 “미국이나 유럽의 음악프로그램처럼 질 높은 공연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가수로 활동하며 방송 무대에 설 때마다 느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아쉬움을 개선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가수가 노래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 음악방송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음악감독은 가수가 편하게 노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이죠.”
정지찬은 ‘나가수’에서 출연가수들이 편곡해온 음악이 현장에서 완벽히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모니터가 잘 들리는지, 악기 소리가 조화롭게 융합이 되는지 등을 감독한다. 출연가수들이 같은 장르로 편곡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전 조율 과정에도 참여한다.
‘나가수’에서의 이런 역할, 이것은 곧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출연자들의 모습을 지켜본다는 걸 뜻한다. 혹시 제작진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출연가수들의 긴장감을 과장해서 내보내는 건 아닐까?
정지찬은 “현장에서 가수들에게 느껴지는 긴장감은 TV에서 보는 것보다 더 하다”고 했다. “출연 가수 대부분이랑 친분이 있어서 잘 아는데 다들 긴장 별로 안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나가수’에서는 진짜 긴장해요. 얘길 나눠보면 1등에 대한 욕심은 없는데도 다들 떨어요.”
다시 시작된 ‘나가수’에서 단연 화제를 모은 인물은 임재범(48)이다.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가창력을 갖췄지만 방송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임재범을 섭외한 인물은 ‘재도전 논란’으로 물러난 ‘나가수’ 기획자 김영희 PD였는데, 그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재범의 출연에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했다”고까지 말했다.
정지찬은 “녹화를 앞두고 임재범 선배를 한 연습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아우라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가 클라이맥스까지 가지도 않았는데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목소리 자체가 갖고 있는 에너지가 정말 크다. 같은 가수로서 동경할 수밖에 없는 분이다”고 덧붙였다.
정지찬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당시 유일하게 실용음악과가 있던 서울예대에 진학하려 했다. 하지만 “컴퓨터공학과에 가면 컴퓨터 음악을 배울 수 있다”는 부모님의 꼬드김에 속아 1990년 홍익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다. 물론, 원하던 ‘컴퓨터 음악’을 배울 수는 없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96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출전했다. 결과는 대상 수상. 그는 이듬해 그룹 ‘자화상’으로 데뷔했고, 현재는 남성 듀오 ‘원모어찬스’를 이끌고 있다.
정지찬은 데뷔 이후 이문세(52) 이소라(42) 김연우(40) BMK(38) 등 숱한 뮤지션들의 음반제작에 참여했다. 자신에게 가장 자극이 된 뮤지션이 누구였는지를 물었더니 이승환(46)을 꼽았다.
“90년대에 승환이 형의 (‘천일동안’이 담긴) ‘HUMAN’ 앨범을 듣고 정말 놀랐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사운드가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어느 정도 위치가 되면 누구든 안주하게 되는데 형은 끊임없이 새롭고 더 나은 것을 추구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