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 어린이들 제주에서 모처럼 활짝 웃었다

입력 2011-05-01 19:30


해발 1169m인 제주도 어승생오름에서 30여개의 노란 풍선이 하늘로 일제히 떠올랐다. 풍선에는 담도폐쇄증, 백혈병, 골육종 등 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 18명과 가족의 소원이 적혀 있었다. ‘건강하게 자라서 발레리나가 되게 해 주세요.’ ‘지금처럼만 엄마 아빠 옆에 있어 주렴.’ 어린이와 가족들은 풍선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에쓰오일의 후원으로 지난 28∼30일 제주도에서 ‘햇살나눔 캠프’를 열었다. 병원에만 있느라 나들이를 하지 못하는 환아에게 희망을 주고 가족을 격려하기 위한 캠프다. 전국에서 난치성 환아 18명과 가족 46명이 참여했다. 환아를 인솔한 사회복지사 모옥희(52·여)씨는 “투병 중인 아이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을 전달하는 것이 캠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도착한 28일에는 ‘유리의 성’과 ‘소인국 테마공원’을 방문했다. 어린이들은 제주도 풍경을 보기 위해 버스 창밖으로 향한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공원을 뛰어다니며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는 어린이들의 모습에 부모들은 “벌써 아이가 다 나은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둘째 날인 29일 오전 한라산 어승생오름 등반을 했다. 어린이들은 등반 내내 숨가빠했다. 등산로 중간에 주저앉은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부모들은 “힘들면 도로 내려가자”며 권유했지만 등반을 포기한 어린이는 아무도 없었다. 기어코 해발 1169m 정상에 올랐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윤한별(9)양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해본 산행이었다. 윤양은 “중간 중간 앉아서 쉬긴 했지만 제 힘으로 걸어 올라왔어요. 정상에 오르니 공기도 상쾌하고 너무 좋아요”라고 기뻐했다. 생일을 맞은 이서진(8)양은 “여태까지 겪어본 생일 중에 오늘이 최고 기쁜 날”이라며 활짝 웃었다.

같은 날 오후엔 성산일출봉을 다녀왔다. 조랑말 타기와 레이싱 카트 체험은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 한 행사였다. 희귀성 빈혈을 앓고 있는 박윤서(8)양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윤서양의 어머니 홍선화(33)씨는 “가족끼리 외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거의 집에만 있던 아이가 저렇게 돌아다니며 웃는 걸 보니까 저도 좋네요. 이번 캠프로 식구들이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진행한 행사는 부모께 감사편지 쓰기. 2008년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임현태(11)군은 “엄마, 지금은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지만 나중에 꼭 보답할게. 내가 보답할 수 있을 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라고 썼다.

의젓하게 편지를 읽는 현태를 보며 어머니들과 몇몇 자원봉사자는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 김순옥(40)씨는 “현태가 잘 견뎌주고 오히려 제 걱정을 해주는 속 깊은 모습을 보면서 힘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제주=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