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개 공공기관 비정규직 급증… 4만명 넘었다
입력 2011-05-01 18:52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 4만명을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매년 증가세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정원을 줄이면서 업무 공백이 발생하자 공공기관들이 고용·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 등 286개)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직원은 4만956명으로 집계됐다. 2009년 3만8125명보다 2831명(7.4%)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2006년 4만2095명에서 2007년 3만7212명으로 감소했었다. 하지만 2008년 3만7405명, 2009년 3만8125명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곳은 중소기업은행으로 2008년보다 251명(7.4%) 늘어난 3615명이었다. 이어 우체국시설관리지원단(2284명), 한국과학기술원(1613명), 코레일테크(1230명), 한국토지주택공사(1134명), 한국농어촌공사(1077명), 한전KDN(941명) 등이었다.
반면 비정규직을 대폭 줄인 공공기관도 있다. 코트라(KOTRA)는 2009년 215명이던 비정규직이 지난해 1명으로 감소했다. 한국건설관리공사는 409명에서 331명으로, 국민연금공단은 897명에서 595명으로, 주택관리공단은 231명에서 162명으로 줄었다.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원 감축에 있다. 정부는 2009년 129개 공공기관의 정원 17만5000명 가운데 2만2000명을 일괄적으로 줄인 뒤 초과 인원을 2012년까지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정규직 정원 감축에 따라 생긴 공백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사업 성격 때문에 일시적으로 비정규직 고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규직 정원을 줄이고, 비정규직으로 채우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재균 의원이 우체국시설관리지원단 등 지경위 소관 46개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4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 1664명 가운데 18명(1.08%)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에 반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을 상대로 같은 조사를 한 결과 1만960명 가운데 2771명(25.3%)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09년 7월 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근로기간 2년 이상이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비정규직을 줄이라고 강제할 수단이 없어 해당 기관이 단기적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다”며 “해당 기관별로 일시적으로 필요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이 늘고 있을 뿐이지 정규직 정원을 줄여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