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유치사업 ‘속빈 강정’… 오송단지 유치실적 ‘0’ 투자보다 회수액 많아
입력 2011-05-01 18:34
충북 청원군 강외면 일대 463만2000㎡에 조성된 오송 생명과학단지는 국내 첫 민·관·학 생명과학 클러스터다. 기업체, 연구소, 대학은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기관이 한데 모인다. 수용인구만 1만4000명에 이른다.
오송 생명과학단지 중심부에는 30만2000㎡에 이르는 외국인투자지역이 있다. 생명공학이나 의약품·의료기기 관련 외국기업의 연구소 등을 유치하겠다는 목적으로 2007년 7월에 지정됐다. 하지만 4년이 다 돼 가도록 이곳에 들어온 외국기업은 한 곳도 없다.
이처럼 정부의 외국인투자 유치사업이 겉돌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외국인 직접투자의 도착액(계약을 맺고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급격하게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인 투자액보다 투자이익 회수 등으로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다.
◇‘속 빈 강정’=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고액 기준으로 최근 외국인 직접투자는 완만한 상승세다. 2006년 112억47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30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도착액 기준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6년 91억24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3억1100만 달러로 급락했다. 신고액은 구체적 투자 의사·계획을 밝힌 금액이고, 도착액은 실제로 투자가 집행된 금액이다.
이에 따라 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중은 2006년 81%에서 2007년 75%, 2008년 72%로 떨어졌다. 2009년에는 59%까지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신고한 투자액의 절반도 집행되지 않은 41%를 기록했다. 고용 창출효과가 큰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외국자본이 공장·사업장을 새로 짓는 투자 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린필드 투자의 신고액 대비 도착액 비중은 2009년 44%, 지난해 31%에 불과했다.
여기에다 순 외국인 직접투자액(외국인 투자액에서 자본회수·철회액 등을 뺀 값)도 가파르게 내려앉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순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투자를 하지 않고 이익을 회수해 떠나는 것이다.
◇“양보다 질에 주목해야”=정부는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투자 유치사업에 국비 1조740억원을 지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5715억원을 포함하면 실제 사업비는 1조4078억원에 이른다. 이 중 1조501억원은 입지 지원에 투입됐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단지형 외국인 투자지역은 평균 입주율이 70%에 불과하다. 충북 오송은 물론 경기 오성(입주율 0%), 경북 포항(9%), 경기 당동(22%) 등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국인투자 유치사업이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은 외국자본 유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유치형에 가깝다고 꼬집는다. 지난해 코트라(KOTRA)가 제조업 분야의 500개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동기를 조사한 결과 54.8%가 내수시장 진출을 꼽았다. 수출생산기지 건설(11.5%), 동북아거점 확보(6.7%) 등 정부가 원하는 형태의 외국인 투자는 적었다.
허가형 국회 예산정책처 산업사업평가관은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외국인투자 유치전략은 산업 고도화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유치형”이라며 “이제는 양보다 질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