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아쉬운 은메달… 연아야, 시상식서 왜 펑펑 울었니?

입력 2011-05-01 21:56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피겨여왕’ 김연아(21)는 한동안 고민에 휩싸였다. 세계선수권, 그랑프리 파이널, 4대륙선수권에 이어 선수생활의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좀처럼 동기부여를 할 수 없었다. 현역 은퇴에 대한 전망도 잇따라 나왔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다음 달 열린 토리노 피겨 세계선수권대회는 고심 끝에 참가하긴 했지만 아사다 마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김연아는 대회 이후 인터뷰에서 “올림픽 후 휴식에 들어가는데 나는 또 준비해야 한다는 게 억울했다.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안한 것만도 좋은 경험이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토리노 대회 후 13개월 만에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로 경쟁 무대에 복귀한 김연아는 ‘지젤’(쇼트), ‘오마주 투 코리아’(프리)를 연기했지만 총점 194.5점으로 안도 미키(일본·195.79점)에 이어 2년 연속 세계선수권 준우승에 그쳤다. 표현력은 공백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오랜만의 대회에 긴장한 듯 ‘교과서 점프’라고 평가받던 점프에서 실수가 이어졌다. 김연아는 30일(한국시간)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후 “더블 토루프에서 실수하면서 긴장했는지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플립에서도 주춤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에 따르면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발목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여 만에 복귀한 경쟁 무대에서 준우승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긴 했지만 김연아는 다시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와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연아는 1일 대회 결산 인터뷰에서 “지난해 동계올림픽을 마친 후 다시 경기에 나서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도 고비가 많았다”며 “마음을 잡고 잘 하는 듯하다가도 갑자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계획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나타냈다. 김연아는 “(다음 시즌에도) 편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상황이 돼 봐야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말해 2010~2011 시즌에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김연아는 “학생인데도 훈련 때문에 잘 갈 수가 없다”며 “기회가 된다면 학교를 다니며 어떤 곳인지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2일 귀국하는 김연아는 6일부터 8일까지 아이스쇼에 참가한 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이달 중순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후보 도시 브리핑과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해 평창 유치의 당위성을 알릴 계획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