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건보재정] 건보료 축내는 과잉 진료·처방 손못대고…국민 호주머니만 터는 정부
입력 2011-05-01 21:46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이 국민만 쥐어짜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장 건강보험료 수입만 더 늘리려고 할 뿐, 병·의원의 과잉진료나 의약품 과잉처방 같은 낭비 요소를 없애는 데는 미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1일 “건보료를 더 내는데도 체감하는 의료 보장률은 그대로”라며 “건보료가 낭비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건보료는 해마다 오르는데 총 진료비 중 건보료로 지급되는 비율인 의료보장률은 2006년 이래 64%대에서 변동이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건보 재정을 해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병·의원의 과잉진료다. 건보 제도가 원칙으로 삼는 ‘행위별 수가제’가 악용되는 것이다. 특수영상장비의 과잉 촬영 행태가 단적인 예다. 환자의 내원일수는 2005년 11억2385만일에서 2009년 13억2928만일로 1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의 검사건수 증가율은 72~246%로 4~13배나 높다. 재촬영률은 20%가 넘는다. 2008년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의 CT 재촬영률은 31%에 달했다.
약품비가 과도하게 지출되는 것도 문제다. 현재 건보 지출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17%보다 60% 높다. 다른 국가보다 약값이 비싸고 처방 개수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복제약 가격의 경우 오리지널 약값 대비 최대 68%까지 쳐준다. 프랑스 45%, 일본 33%, 미국 16%보다 월등히 높다. 감기에 처방 약품 수(2005년 기준)는 4.73개로 미국(1.61개)의 3배다.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에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처방되는 비율은 55%에 달한다.
정부도 건보료를 미납하고 있다. 정부는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부담해야 하는데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주승용 의원실에 따르면 2002~2010년 정부가 미납한 금액은 4조9823억원에 달한다. 직장가입자와 달리 공무원은 복지포인트와 월정직책급 등에 건보료를 내지 않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김태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건보료를 내는 국민만 짜내는 상황”이라며 “건드리기 어려운 병·의원 등 의료 공급자의 통제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