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지하철 노조의 새로운 선택
입력 2011-05-01 17:50
노조원 8900명을 가진 서울지하철(서울메트로) 노조가 지난 주말 노인봉사에 나섰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노조원 150명이 서울 노원구 하계동 시립노원노인복지관을 찾아 팔순과 구순을 맞은 장수노인들에게 축하술을 따른 것이다. 저소득층 노인이 사는 64가구에 텔레비전과 전기밥솥·전자레인지·선풍기·이불 등을 전달했다. 극단적 파업을 일삼으면서 걸핏하면 전동차를 세우던 지하철 노조의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날 봉사는 노동절 행사를 대체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노조는 해마다 5월 1일 노동절이면 성대한 생일상을 차린다. 결속을 다짐하고 투쟁역량을 높이는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그러나 지하철 노조는 봉사를 택했다. 그것도 노동절로 잡았다가 복지관 측에서 참석할 노인이 많은 토요일로 당겨달라고 요청하자 기꺼이 받아들였다. 봉사를 위해 허리를 한껏 낮춘 것이다. 책임 있는 주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지하철노조의 새로운 선택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노동운동의 프레임을 깼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1995년 민주노총 발족의 모태였고 각종 투쟁의 전위에 섰던 곳이 지하철노조였기에 그들이 쓴 반성문이 큰 울림을 낳는다. 반성문에는 일부 단체의 무모한 종북주의, 노조 지도부의 도덕적 타락, 대화와 타협보다는 투쟁 일변도의 강경노선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국민을 볼모로 하거나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가진 노동운동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한국의 후진적인 노사문화는 고질이다. 사회갈등의 중요 부분이 노사대립에서 생성되고 확산된다. 국민의 85%가 노동운동을 부정적으로 본다. 권한은 비대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지하철노조를 비롯한 제3의 노동세력은 이러한 구습을 타파하고 국가발전을 견인하면서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