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朴 전 대표만 바라볼 때인가

입력 2011-05-01 17:53

4·27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구원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으로 침몰한 한나라당을 구해 낸 박 전 대표의 마법과도 같은 정치력을 또 한번 기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가 박 전 대표에 대한 줄서기로 나타난다면 국민의 실망은 거듭된다. 지난달 28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유럽 3개국 방문길에 오를 때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인천공항에 배웅 나갔다. 실력자에게 눈도장을 찍어 두자는 구태의연한 행태다. ‘미래 권력’에 대한 아유(阿諛)와 줄서기는 국민 눈에 역겹다.

선거 민심은 한나라당 리더십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이었다. 특히 기득권에 안주한 한나라당의 지리멸렬과 불협화음에 대한 질타의 소리가 높았다.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항상 앞서가는 박 전 대표지만 그 역시 한나라당이 쓰고 있는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총체적 쇄신 없이 당의 얼굴만 바꿔서는 위기 탈출이 무망하다 할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복귀한다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 전 대표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웰빙당’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정치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요술 부리듯 혼자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 모두가 책임을 자각하고 달라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 결과도 4·27 재보선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안상수 대표 체제의 한나라당에서는 정권 실세가 대표 뒤에서 당을 좌지우지하며 다른 실세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이들의 힘겨루기에서 소외된 비주류 최고위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독설로 표출했고, 수도권의 소장 의원들은 ‘나만 옳다’ 식의 돌출 행동으로 개인 이미지를 살리기에 바빴다. ‘봉숭아 학당’ 소리는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한나라당이 싫어서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는 분당을의 표심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아무리 동앗줄 붙잡듯 박 전 대표에게 매달리더라도 스스로 변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헛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