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반성 필요한 뉴타운
입력 2011-05-01 18:03
1866년 병인양요 후 대원군은 서양의 침략에 맞서 무명천으로 된 방탄복(면갑) 개발을 명했다. 대신들이 당시 조선군의 화승총을 발사해 실험해 보니 무명을 30장쯤 겹치면 총알이 뚫지 못했다. 대원군을 흡족하게 한 세계 최초의 방탄조끼 면갑이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1871년 6월 10∼11일 강화도에서 조선군은 243명의 전사자를 내고 패배했다(신미양요). 반면 미군 측 전사자는 3명이었다. 당시 미군 종군기자의 사진에는 6월임에도 불구하고 조선군이 두꺼운 옷을 입고 쓰러진 것이 보인다. 면갑이다. 사거리가 120m 정도였던 화승총으로는 무명 30장이 뚫리지 않았지만 미군의 소총은 사거리가 400∼900m였다. 탄환의 속도 등이 달랐으니 방탄조끼가 무용지물이었다. 정확한 정보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물이 피해를 키운 셈이다.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워 남발된 뉴타운도 애꿎은 주민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부분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도 없는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뉴타운은 조합원들의 토지에 건설사가 공사비를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기반시설 일부를 더해 개발되는 민간주택사업이다. 새로 들어설 아파트 일반분양분을 통해 개발이익을 나누는 것인 만큼 향후 시세가 오른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2005∼2008년만 해도 뉴타운지구 토지 지분가치는 급등했고, 분양가가 높아도 청약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 2006년 지방선거 당시 3대 핵심공약으로 뉴타운을 내걸었고, 당선 뒤에는 경기도 12개 시에 뉴타운 지구를 23곳이나 지정했다. 2008년 총선 때에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 상당수가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뉴타운의 핵심 추진동력인 개발이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지분가치는 하락하고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오르고 있다. 또한 현재 수도권에서 추진 중인 뉴타운은 총 60개 지구 445개 구역이지만 이들 중 실제 착공된 곳은 10%도 안 된다. 이에 따라 차라리 ‘살고 있는 집이나 남겨 달라’며 수도권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대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사업성 없는 지구를 중심으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뉴타운 사업의 국비지원 비율을 늘리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안에 앞서 먼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