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정의평화컨설턴트 빅터 슈 인터뷰

입력 2011-05-01 16:24


[미션라이프] “특별히 더 안타깝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정의·평화 컨설턴트’라는 직함으로 일하고 있는 빅터 슈(61) 교수가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해 한 말이다. 1970년대부터의 남북 민간교류, 특히 남북 교회 간의 협력에 지대한 공헌을 한 그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객원교수로 임용된 뒤 한국에서 살면서 매주 화·목요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의 NCCK 사무실로 출근하는 그를 만나봤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대부터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직원이던 당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의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교회 지도자들과 함께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84년 일본 도잔소에서 남북 교회 대표들이 처음으로 만난 ‘도잔소 회의’가 개최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과 통일 문제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을 통해 정의와 평화의 문제가 왜 교회의 중요한 관심사여야 하는지를 배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CCK는 80년대부터 통일 문제를 민주화 못지않은 주요 이슈로 다뤘어요. 남북이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는, 국가보안법이 맹위를 떨치는 상황에서는 민주화도 노동자 인권 수호도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지요. 독재정권 하에서 통일을 말할 수도 가르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용기 있게 뛰어드는 한국 교회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또 북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WCC 또는 미국 교회 대표로서, 월드비전 국제본부 북한프로그램 국장으로서 지난 25년간 100회 이상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북한을 방문할 때 반드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지도자들을 만나고,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뒤 함께 성경공부를 하는 등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애쓴다. 일각에서 “북한의 교회는 가짜”라고 하지만 그는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하나님께서 판단하실 일이고 나는 예배 드릴 뿐”이라고 늘 강조한다.

“북한 전역을 다 가 봤습니다. 특히 많은 어린이들을 봤지요. 대부분의 고아원과 보육시설에 있는 어린이들에게서는 에너지를 느끼기 어려웠어요. 가슴이 아팠지요.” 북한 어린이들 문제에서는 감정이 앞서곤 한다는 그는 “한국 정부가 민간 대북 지원을 중단한 것이 무척 안타깝다”고 했다.

“물론 지원된 물자가 어떻게 배분되는지 100% 모니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럴수록 태양력 발전 설비나 정수장치처럼 민간인들을 위해 직접 설치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한편, 어린이와 임산부 등 가장 약한 자들을 감안해 식량 지원도 계속해야 합니다.”

그는 대만에서 태어났고 12세 때부터 8년간은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모리셔스에서 자랐다. 이에 대해 그는 “장로교 목사였던 아버지가 모리셔스의 중국인 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은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스무 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소재 유니온 신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는 미국장로교회, WCC 등에서 일했으며 졸업 직후인 20대 중반부터 11년간 WCC의 정식 직원으로서 유엔과의 연계 업무를 담당했다.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는 “꼭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학교에 간 것은 분명 목사가 되기 위해서였지요. 만일 대만이나 모리셔스로 돌아가 목회를 할 생각이었다면 안수를 받았겠지만 연합 사업에 몸담는다면 굳이 목사가 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루터의 ‘만인제사장’ 이론을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요.”

언제까지 한국에 머물지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013년 WCC 10차 총회는 지켜보고 싶다고. 그는 “WCC 총회는 세계 교회에 한국 기독교를 알릴 아주 귀한 기회”라고 평하며 “한반도의 통일 등 평화에 관한 이슈를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전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