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박근혜, 대표로 직접 등판보다 ‘총선 선대위장’ 맡을 가능성

입력 2011-04-29 21:29


4·27 재·보궐선거 패배로 위기를 맞은 한나라당의 눈과 귀가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박근혜 외에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널리 형성됐기 때문이다.

친박근혜계 측에서는 박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당내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29일 “당에서 박 전 대표가 활동 가능한 구도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좀 더 강경한 입장의 친박계 의원은 당이 ‘박근혜 역할론’을 말하기 전에 친이계 주류의 백의종군 선언이 우선이라고 했다. 영남권 친박계 중진 의원은 “친이계가 당을 이끈 지난 4년 동안의 결과는 재보선 패배와 국민의 외면뿐”이라며 “이들이 이제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이계 주류 책임론이 박 전 대표 운신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그럼 박 전 대표는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일단 그가 당 대표를 맡아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은 낮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가 대선 1년6개월 전부터 선출직 당직에 나서지 못하도록 돼 있는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까지 당직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치 현안에 말을 아껴왔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자주 표명하는 방식으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친이계의 불만이 높아져 친이계와 친박계 간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계파 갈등이 재연되면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을 수도 있다”며 “친이계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박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총선 공천권이라는 ‘민감한 난제’가 풀려야 한다. 박 전 대표가 당내 영향력을 키우고, 선거에 개입하는 정도가 커질수록 친이계 주류의 공천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아직까지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무슨 일을, 어느 정도 할지를 놓고 쉽게 가늠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순방 중인 박 전 대표가 귀국 후 이 대통령과 갖게 될 독대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이 적극적인 당내 역할을 주문하고, 박 전 대표가 수용할 경우 여당은 박 전 대표 중심 체제로 급속히 전환될 수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표는 28일 밤(이하 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해 특사 활동을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29일 오전 로테르담으로 이동해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한 데 이어 베아트릭스 여왕을 예방하고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이 “(역할론이 나오는데) 당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라고 물었지만 답변을 피했다. 그는 “지금 이런 말을 할 장소가 아닌데…. 나중에 말하겠다”고 했다.

노용택 기자, 로테르담=김나래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