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고용 강제 땐 고용위축 불가피”
입력 2011-04-29 18:29
‘사내하도급 근로자 불법파견 판결’ 이후 집단소송 잇따라
지난해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불법파견 판결 이후 노동계의 직접고용 요구가 늘고 있다. 근로자 지위확인을 구하는 집단소송도 잇따르면서 산업 전반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여전히 노동경직성이 큰 상황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까지 떠안게 되면 기업경쟁력 하락과 고용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사내하도급 근로자 직접고용의 경제적 비용과 영향’ 보고서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직접고용에 따른 노동비용 상승으로 고용 위축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 산업계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직접고용하면 전환 첫해에만 최소 5조4169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1인당 평균 노동비용(386만6000원)을 기준으로 약 11만6764명의 근로자를 1년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박사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파견근로자 직접고용 첫해에 약 4033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다양한 형태의 고용계약을 허용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노동정책을 감안해 신규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전향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고용경직성 지수는 38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4)보다 훨씬 높다. 또 OECD는 2009년 고용통계 보고서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가 2.06으로 30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만큼 유연한 인력운영이 어렵고 고용도 좀처럼 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집단 일시해고와 재고용이 일반적이고, 독일이나 프랑스도 경영상 어려움 등이 발생할 경우 협의를 통해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노조법과 단협 등에서 대체근로를 금지하고 있어 장기파업 시 손실이 불가피한 한국과 달리 선진국은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게 대세라고 주장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노동시장 경직성 증가로 경기변동 시 인력조정이 어려워지면 사용자는 경기가 좋아져도 신규인력 채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