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로열 웨딩] 버킹엄궁 발코니서 ‘사랑의 키스’… 20억 하객 축하·환호
입력 2011-04-30 01:04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은 29일(현지시간) 생애 가장 특별하고도 긴 하루를 보냈다. 전 세계 20억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 후 버킹엄궁까지 마차로 행진했고, 궁전 발코니에서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랑의 입맞춤을 했다.
◇I do가 아닌 I will=오전 10시15분 신랑 윌리엄 왕자와 들러리인 동생 해리 왕자가 식장에 도착했다. 이어 왕실 가족과 찰스 왕세자 부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차례로 식장에 들어섰다. 오전 11시 정각 신부 케이트가 눈부신 모습을 드러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함을 극대화한 드레스였다. 식장은 6그루의 단풍나무를 심는 등 신랑 신부가 행진하는 통로를 숲처럼 꾸몄다.
결혼식에 울려 퍼진 첫 노래는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에서 마지막으로 불린 찬송가인 ‘주여 나를 인도하소서, 오 당신은 위대한 구세주’였다. 이 노래는 다이애나 사망 10주기 기념식에서도 연주됐다. 에드워드 엘가, 벤저민 브리튼, 본 윌리엄스 등 영국의 대표 작곡가가 지은 음악이 식 중간에 울려 퍼졌다. 주례는 영국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맡았다.
대주교가 윌리엄 왕자에게 “신랑은 신부를 아내로 맞아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경하고 지키겠습니까”라고 묻자 윌리엄 왕자는 “네(I will)”라고 대답하며 결혼을 서약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I do”보다 적극적인 표현이다.
미들턴 역시 영국 왕실의 관례인 순종(obey)서약 대신 “그를 사랑하고, 위로하고, 존경하고, 지키겠다”고 서약했다.
신랑이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준 뒤 다시 한번 결혼을 맹세하고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주교가 두 사람의 오른손을 포개 놓으며 성혼을 선언했다.
◇마차 행렬과 입맞춤=신부는 왕실 전통에 따라 결혼 부케를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 있는 무명용사 묘비에 바쳤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는 1902년에 제작된 마차를 타고 의사당 앞과 정부청사가 늘어선 화이트홀, 세인트 제임스 공원 옆길을 거쳐 버킹엄궁까지 이동했다. 거리 곳곳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펄럭였고, 거리를 가득 메운 축하객의 환호가 이어졌다. 두 사람도 마차 행진하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후 1시25분 윌리엄과 케이트가 버킹엄궁 발코니에 등장해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입을 맞췄다. 런던 상공에 제2차 세계대전 때 맹활약했던 랭커스터 폭격기와 스핏파이어 전투기 등이 축하 비행을 했다.
여왕은 600여명의 하객에게 축하연을 베풀었다. 공식일정을 마친 신랑 신부는 점심을 한 뒤 세인트 제임스궁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오후 7시 찰스 왕세자가 버킹엄궁에서 연 만찬과 무도회에 참석하고 왕실에서 첫날밤을 보낸 뒤 신혼여행을 떠났다.
◇세계적 관심 속에 생중계=결혼식 안팎은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에 의해 TV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실시간 전송됐다. 결혼식은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케이블 뉴스채널 CNN 등 주요 방송사를 통해 생방송됐다. 왕실의 유튜브 채널(youtube.com/theroyalchannel)과 실시간 블로그, 트위터로도 약 4시간 동안 결혼식이 생중계됐다. 결혼식 취재·보도를 위해 버킹엄궁 근처 녹색공원에는 약 140대의 방송사 차량이 배치되고 48개의 임시 스튜디오가 마련됐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