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만화작가 고즈미 시노자와… 자녀 잃고도 감사의 삶 간증

입력 2011-04-29 11:09


두 그리스도인의 고백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난은 축복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기독교 인구 1%가 안 되는 일본에서 자녀를 잃고 주님의 위로를 경험한 고즈미 시노자와씨가 만화로 ‘메시야’를 전하는 건 바로 이 축복 때문이다. ‘하나님은 영이시니’ ‘나그네와 같은 내가’ 등 250여 성가를 작곡한 김정호 집사는 ‘덤’으로 받은 축복의 인생이기에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

그는 최근 생후 한 달 된 둘째 아이를 잃었다. 영아돌연사증후군이었다. 그런데도 한국을 방문, 성경만화를 그릴 때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간증하고 감사했다. 아이를 잃기 전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일본 만화작가 고즈미 시노자와(40·여)씨는 사복음서와 사도행전을 만화로 그린 ‘메시야’ ‘메타모포시스’를 펴냈다. 두 책은 전 세계 27개국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어린이부문 베스트셀러에, 일본에서는 종교부문 베스트셀러에 각각 들었다. 한국에서 ‘메시야’는 2009년에, ‘메타모포시스’는 최근 출판됐다.

2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꿈속에서 천국에 있는 우리 아이를 봤다. 한국에 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해서 왔는데 많은 분들로부터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고즈미는 상처가 많았다. 그의 부모는 신흥종교에 빠져 살았다. 가정에서는 싸움이 잦았고 그는 종교라면 치를 떨었다. 미국 뉴욕에서 공부할 때 룸메이트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 정도였다.

19세 때 만화가로 데뷔한 그는 첫 번째 결혼에서 파경을 맞았다. 우울증이 심했다. 살고 싶지 않았다. 수차례 삶을 포기하려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버지가 그를 뉴욕으로 보냈다.

그의 삶은 한 권의 책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룸메이트가 가진 책을 호기심에 읽게 된 것이었다. 자신을 희생해 수많은 열차 승객을 구한 이야기인 미우라 아야코의 ‘시오카리 고개’였다.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된 그는 친구의 소개로 성경공부에도 참석했다.

영화 ‘패션’은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 영화 보는 내내 눈물이 쏟아졌다. 간음한 여인이 예수께 내미는 손이 그의 손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항상 함께하시겠다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말기암 소식을 들은 것이 그 즈음이었다. 가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평생 자기 멋에 산 아버지였다. 그는 급히 일본으로 향했다. 임종 전 아버지에게 복음을 전했다.

성경만화는 아버지의 일종의 유언이었다. 데뷔 때 아버지가 “성경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니까 만화로 그리면 돈 좀 벌 것”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 것이다. 바로 출판사로 연락해 성경만화책을 만들기로 했다.

목적은 바뀌었다. 돈이 아니라 선교였다. 3년 동안 성경만화 두 권을 냈다. 마리아를 그릴 때는 마리아로, 제자를 그릴 때는 제자가 됐다. 하지만 예수를 그릴 때는 막막했다. 예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인간의 죄 때문에 고난당하는 예수의 표정을 그릴 수 없었다. 그는 기도했다.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수님, 그때는 어땠어요? 어떤 마음이셨어요?”라고 여쭈었다.

그는 당분간 문고판 ‘메시야’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 작품을 ‘창세기’로 정해 놓고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