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진 배제한 정신질환 검사 포기하라

입력 2011-04-29 17:34

‘국민할매’란 애칭으로 잘 알려진 가수 김태원이 얼마 전 방송에 출연해 아들의 장애를 고백한 적이 있다. 김태원은 “아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며, 가족들이 필리핀으로 이민을 간 것도 아들의 자폐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주위 시선이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김태원의 고백처럼 우리나라는 국가 위상과 경제수준에 걸맞지 않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유별나다. 신체적 장애인보다는 정신적 장애인에 대해 더욱 심한 편이다.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나 공공기관의 평균 장애인 고용률도 대부분 법정기준에 미달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차별이 없거나 심하지 않은 외국으로 이민 가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정신적 장애 진단은 의료진의 정밀하고 엄격한 검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의료진을 배제한 채 실시하려는 서울시교육청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전수조사 계획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1, 4학년생 18만여명을 대상으로 ADHD, 중1과 고1 학생 23만여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지난 3월부터 검사를 담당하는 교사 교육을 시작해 4월부터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었다. 그러나 준비 부족으로 교사 교육 단계에서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시교육청은 ADHD나 우울증 검사를 비만·혈압측정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허술한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학생이 정신질환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데 따른 부작용을 심각하게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

진단, 치료, 병인(病因) 추적이 가능한 의사가 ADHD나 우울증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외국에서도 학생 인권 침해, 검사 정확도 논란, 약물 오남용 등을 우려해 중단했다는 의료계와 교원단체 지적을 시교육청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시교육청은 정신질환 검사 계획을 무모하게 추진하지 말고 아예 철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