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승주] 즐거운 기부

입력 2011-04-29 17:37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영국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이 만든 소중한 웹사이트에는 26개 자선단체 명단이 들어 있다. 누구든 자신들에게 결혼선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선물 대신 이 자선단체에 기부를 해 달라는 취지다.

이들이 지원하는 자선단체 가운데 상당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의료 아동 환경 등 분야도 다양하다. 아프리카의 검은 코뿔소와 코끼리를 멸종위기에서 보호하자는 단체는 평소 아프리카에 대한 윌리엄 왕자의 관심을 보여준다. ‘군 미망인 연합회’처럼 윌리엄의 군 복무 이력을 보여주는 단체도 있다. 웹사이트는 “두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삶의 가치를 반영해 자선단체를 골랐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외국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자연스럽게 기부문화가 퍼지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 젊은 층이 있다는 것이 반갑다. 지난해 서울시의 ‘서울시민의 나눔(기부·봉사) 통계’ 발표에 따르면 20대 서울시민의 절반에 가까운 47.5%가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기부에 대한 개념을 뿌리째 흔들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만든 기부 사이트 ‘트윗나눔’에서는 트위터에 올린 글 한 건당 1원씩, 또는 자신의 메시지를 읽는 팔로어 1명당 1원씩 기부할 수 있다. 지난해에만 728명의 네티즌이 참여해 3100여만원이 쌓였다.

인터넷 모금 사이트 ‘네이버 해피빈’이나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희망모금’도 네티즌이 주도한다. 오프라인 모금에 비해 투명하고 편리하다. 막연하게나마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인터넷에 들어가 보자. 도움을 기다리는 곳이 너무나 많다.

팬클럽 회원들은 이미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 이름으로 특정단체에 기부하거나 봉사활동을 해왔다. 콘서트장이나 숙소 앞에 플래카드를 들고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의 생일을 맞아 기부금을 전달해 왔다. 자신이 잘하는 일로 남을 도와주는 재능기부도 늘고 있다.

기부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아채기 시작했다. 따뜻한 마음과 이웃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톡톡 튀는 방법과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즐거운 기부’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한승주 차장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