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신참 ‘투캅스’… 영화 ‘체포왕’ 재치·코미디로 관객시선
입력 2011-04-29 17:54
박중훈-이선균, 열혈형사 역 열연
박중훈은 지난 25일 서울 왕십리 CGV 영화관에서 있었던 ‘체포왕’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장에서 “지금 저는 18년 전 안성기 선배보다 훨씬 못한데 이선균씨는 그때 저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박중훈은 ‘체포왕’을 굳이 18년 전의 ‘투캅스’와 비교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두 형사, 그중 하나는 의욕적인 신참내기고 나머지 하나는 노련하다 못해 ‘닳고 닳은’ 선배다. ‘체포왕’은 18년 전 ‘투캅스’가 보여준 이 구도가 2011년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웅변한다. 이는 변화한 시대를 반영한 신선한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는 덕분이다.
정의찬(이선균)은 경찰대를 졸업하자마자 경위 계급장을 단 신출내기 형사이고, 박중훈이 맡은 황재성은 순경부터 시작해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경위다. 성격에서도 비전에서도 처지에서도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이지만 동시대에 사는 이상 현실은 피할 수 없으니, 경찰청에서 내려오는 체포 실적 경쟁이 그것이다. 이 시대에 소위 ‘스펙’과 무관하게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영화 속 두 경찰은 마치 스펙을 좇는 표본처럼 묘사돼 있다.
서울 마포와 서대문 일대에서 연쇄 성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범인 검거를 위해 마포·서대문경찰서의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다. 두 주인공은 다른 경찰서 소속이다. ‘합동수사’라는 간판을 내걸기는 했지만, 범인 검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경찰들은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을 하거나 심지어 다른 팀의 수사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경찰서 이름을 버젓이 실명으로 하고 범인의 이름을 몇 년 전 실재했던 ‘마포 발바리’로 붙인 데서 알 수 있듯 영화의 유머와 풍자는 차라리 냉소에 가깝다.
경찰에 의한 강간범 검거라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줄거리, 재치와 코미디로 버무린 두 형사 간 경쟁, 공은 차지하고 과실은 떠넘기는 관료주의와 인간성을 도외시한 현실에 대한 비판까지. 말하자면 지나치게 달달한 것을 싫어하는 대중의 비위에 맞춘 잘 차려진 메뉴이고 종합선물세트다. 무리한 실적 압박으로 성범죄 수사를 회피하는 경찰들의 모습은 지난해 있었던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의 항명 사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숨어 있던 범죄자의 정체가 수사가 아닌 카메라에 의해 저절로 드러나는 것도 수사물이 아니라 코미디이기를 자처하는 영화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다.
무엇보다도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울리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빛내는 힘이다. 경찰 역만 여섯 번 했다는 박중훈의 노련함이야 말할 필요가 없을 터. 영화 촬영 중에 ‘트위터 홍보’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그는 시사회 직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친딸이 극 중 황재성의 막내딸로 등장했음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선균도 완전한 주연으로 입지를 굳힌 느낌이다.
하지만 상업영화로서 이 작품이 ‘웰 메이드’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몇몇 군데 허술한 이음새가 눈에 거슬린다. 황재성은 영화 초반 실적을 위해서라면 동료 경찰의 공을 빼앗는 짓도 서슴지 않다가 후반부에선 갑자기 정의감을 되찾는다. 영화의 중심축인데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이하늘이 카메오로 출연한 결말 부분도 유쾌하긴 하나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임찬익 감독의 데뷔작으로 15세가. 다음달 4일 개봉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