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정동원] 취임 첫날, 서울 찾은 뒤에야 지역행사 챙긴 도지사

입력 2011-04-28 21:38

최문순 제36대 강원도지사 취임으로 이광재 전 지사 낙마 이후 90일 만에 정상을 되찾은 강원도정이 취임 첫날 도지사 일정문제로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최 후보 선거캠프는 당선이 확정된 27일 오후 11시50분 ‘당선자 4월 28일 일정’을 강원도에 통보했다. 일정은 오전 8시30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뒤 9시30분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순으로 짜여졌다. 도와 사전협의 없이 정한 일방적 통보였다.

도는 비상이 걸렸다. 의전담당 직원들은 부리나케 선거캠프에 연락해 의원총회 참석 일정을 취소했고, 최 지사는 28일 이른 아침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뒤에야 춘천으로 돌아왔다.

최 지사의 도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30분 춘천 충렬탑을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정이 급조된 탓에 행사마다 시간이 촉박했고, 일부는 변동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당일 오전에서야 방문 취소 통보를 받은 기관·단체들도 내심 불쾌해하는 모습이었다.

비록 민주당 의원총회 참석은 생략했지만 강원도정을 잘 이끌어 달라고 표를 준 도민들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역대 도지사들은 취임 첫날 오전 8시50분 도청으로 출근해 오전 9시부터 집무실에서 취임일정을 보고받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오전 중에 사무인계인수서에 서명하는 것도 필수 절차다.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실·과장 이상 간부로부터 신고를 받고 향후 정책 추진 시 원활한 협조를 얻기 위해 지역 기관·단체를 방문하는 것도 관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 지사의 행동을 빗대 비단옷 입고 밤길을 걷는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지적도 있다. 도지사의 일정을 도와 상의하지 않은 선거캠프도 ‘점령군’이라는 비난을 들을 여지가 커졌다. 벌써부터 “일부 캠프 관계자들은 당선 이후 직원을 대하는 태도조차 확 달라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최 지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순간부터 가장 높은 분들인 강원도민을 지극한 정성으로 귀하게 모시겠다”고 했다. 언행은 일치해야 한다는 옛 가르침을 되새겨 볼 일이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