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 제 꾀에 넘어가다… 메시 맞춤 수비수 레드카드
입력 2011-04-28 21:14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리는 FC바르셀로나(스페인)의 리오넬 메시(24·아르헨티나). 철벽같은 수비벽을 허물며 당대 최고의 골잡이로 군림하고 있는 메시.
그런 그가 넘지 못했던 산이 있었다. 그 산은 바로 포르투갈 출신의 명장 조제 무리뉴(48)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는 첼시(잉글랜드) 인터 밀란(이탈리아) 감독 시절 ‘메시 봉쇄’로 명성을 날렸다. 무리뉴는 다양한 맞춤 전술로 메시를 철저하게 막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메시는 무리뉴가 감독으로 있었던 첼시 전 4경기와 인터 밀란 전 3경기에서 모두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레알 마드리드로 옮긴 무리뉴는 올 시즌에도 메시 봉쇄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무리뉴는 지난해 11월 시즌 첫 ‘엘 클라시코’에서 비록 0대5로 참패했지만 메시에게는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비록 메시에게 골을 내줬지만 필드골이 아닌 페널티킥 골에 지나지 않았다. 두 팀이 맞붙은 21일 국왕컵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1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무리뉴의 메시 봉쇄 전술이 먹혀들었기에 가능했다. 결국 메시는 무리뉴를 상대로 필드골은 단 한번도 넣지 못한 셈이다.
무리뉴는 28일(한국시간)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0∼201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의 4강 1차전에서도 ‘메시 맞춤 전술’을 들고 나왔다. 브라질 출신 수비수인 케플러 페페를 전진 배치해 메시를 막게 한 것. 이 전술은 국왕컵 결승에서 빛을 발한 카드였다. 그러나 이 카드는 후반 16분 페페의 퇴장으로 물거품이 됐다. 무리뉴 역시 페페의 레드카드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 명령을 받고 관중석으로 쫓겨 나갔다.
페페의 밀착마크에 고전하던 메시는 이후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결국 메시는 후반 31분 무리뉴의 그물 수비망을 뚫고 첫 필드골을 터뜨리며 포효했다. 이브라힘 아펠라이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중앙으로 찔러준 공을 메시가 쇄도하면서 뛰어올라 왼발로 감각적으로 차 결승골로 연결했다.
압권은 후반 42분에 터진 메시의 추가골이었다. 메시는 일곱 차례의 볼 터치를 통한 마술 같은 드리블로 수비수 네 명을 돌파해 들어간 뒤 오른발로 방향을 바꿔 왼쪽 그물 구석으로 밀어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관중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무리뉴도 결국 메시의 ‘원맨쇼’에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 11경기에서 11골을 몰아넣은 메시는 다음달 4일 홈구장인 누 캄프에서 무리뉴와 4강 2차전을 갖는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